«청춘»과 «학지광»
한일 합방 이후 일제는 혹독한 검열을 실시하고 간행물을 잇달아 폐간시킨다. 반면 친일 기관지와 신파극은 날로 활기를 띠었다. 이렇게 일제의 문화 잠식이 본격화될 무렵, 우리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두 잡지가 1914년 창간한 «청춘»과 «학지광»이다.
두 잡지는 비슷한 비중으로 우리 문단을 주도하고, 서구 이론을 소개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또 뒤이어 나오는 «태서문예신보»와 여러 동인지들의 전거가 된다.
«청춘»
«청춘»은 «소년»을 낼 때부터 잡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던 최남선이 낸 종합 잡지이다. 표지와 삽화, 독자 투고란 등 세세한 구석까지 신경을 쓴 잡지이다. 최남선, 이광수, 현상윤, 심우섭 등의 글을 실으면서 우리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잡지라 할 수 있다. 경험과 연륜을 갖춘 최남선과 이광수가 주도하였기 때문에 문체나 문장이 «학지광»에 비해 한결 매끄럽고 세련된 면을 보였다.
특히 «청춘»은 온갖 분야에 걸쳐 문학 작품을 공모하는데, 여기에는 최남선과 이광수의 심사평이 따르고 적지 않은 상금까지 걸려 있어 독자들의 창작욕을 자극하였다.
«학지광»
«학지광»은 도쿄에서 일본 유학생 학우회가 창간한 잡지이다. 당시 재일 학우회 소속의 유학생은 400여 명이었고 각자 전공도 다양했기 때문에 «학지광»은 종합 학술지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신익희, 장덕수, 현상윤, 최승구, 나혜석 등이 주로 참여하였다. 아무래도 일본으로 곧장 흘러든 이론이나 작품을 먼저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청춘»보다 좀 더 빠르고 민감한 면을 보였다.
동인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문학 분야에서 일본과 서양의 문학 작품과 이론을 번역 · 소개하고 창작에 활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학문을 수용하였다. 가령 상징주의를 소개하거나, 당시 우리에게 생소하던 자유시 형식을 실험한 것이다.
특히 1916년에는 김억이 <요구와 회한>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 베를렌(P. Verlaine)과 보들레르(C. P. Baudelaire)의 작품을 번역 · 소개하였고, 백대진은 <20세기 초두 구주 제 대문학가를 추억함>이라는 글에서 프랑스 상징주의를 소개하였다. 이렇게 문학의 비중이 점차 늘던 차에 최남선이 틈틈이 들러 편집에 조언하는 등 도움을 줌으로써, «학지광»은 점차 문예지 형태로 다듬어졌다.
«태서문예신보»
«태서문예신보»의 창간과 전개
«청춘»과 «학지광»에서 관심을 두던 서구 문예 사조의 수용은 아직 깊이 있는 맥락의 수용까지 함께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었다. 흔히 외국 문학 이론을 단편적으로 소개하거나, 작품의 줄거리 소개 또는 번안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던 맥락 없는 단발성 소개와 번역의 수준을 넘어, 본격적으로 외국 문학의 수용에 나선 잡지는 «태서문예신보»(1918)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윤치호를 발행인으로 하고, 김억과 황석우, 백대진 등 소수 문인들이 주로 집필하였다.
«태서문예신보»는 창간사에서 문학, 음악, 미술 등 일체 예술을 번역하여 발행하겠다고 하였지만, 점차 문학 위주로, 그 중에서도 시와 시론을 집중적으로 다룬 시 전문지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일본을 통해 들어온 상징주의 문예 사조와 작가, 작품들을 번역해 소개하는가 하면, 서구 문학의 영향을 받은 창작시와 창작 시론을 선보이는 등 파격적인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런 «태서문예신보»의 활동은 실험적인 시 창작에 임하는 작가들의 장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아직 문단에 비평이라는 장르가 자리 잡기 전이고 전문 시론이 없던 시기에, 빈약하나마 김억, 백대진, 황석우 등의 시도가 이루어진 점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태서문예신보»의 폐간
«태서문예신보»는 16호까지 이어지다가 1919년에 자취를 감춘다. 그 중 8호과 15호는 발매 금지 처분 때문에 아예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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