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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테마 4. 신파극과 초기 극 문학

2014. 2. 19. by 솜글

신파극의 유행

신파극의 발생과 확산

신파극의 개념

신파극이란 1910년대 초부터 1940년대 말까지 한국 신극의 주류를 이룬 연극 양식의 하나이다. 정치적 목적극이나 시사 오락극에서 시작되어 이른바 가정 비극이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로 정착되었다.

신파극의 발생

신파극은 본래 1888년 일본에서 연극을 정치 선전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싹튼 양식으로, 전통극인 가부키에 맞서 정치극으로 나온 것이 점차 가정극 중심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비극을 주로 다루며 1900년께 일본 열도를 휩쓸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각사를 중심으로 일던 신극 운동이 사라지고 창극 또한 일제의 압력에 못 이겨 밀려나자 그 자리를 차지하며 등장하였다. 서울의 일본인 극장의 신발 방에서 일하던 임성구가 혁신단이라는 극단을 조직하고 번안극 <불효천벌>(1911)을 공연한 것이 시작이다. <불효천벌>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뒤이어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하고 광고까지 해서 공연한 <육혈포 강도>, <군인의 기질> 등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신파극의 확산

임성구를 중심으로 한 혁신단의 연극이 흥행하자, 일본에서 연극 공부를 더 하고 돌아온 윤백남과 조일재는 문수성을 조직하고, 이기세는 유일단을 만들어 곳곳에서 공연하였다. 이로써 신파극은 대중 사이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신파극의 시대를 맞게 된다.

초기 <장한몽>(1913)<쌍옥루>(1913)와 같은 일본 소설 번안 신파극이 인기를 끌자, <눈물>, <청춘> 등이 잇따라 공연된다. 이어 1917년에 가면 윤백남과 이기세가 톨스토이 원작의 <부활><카추샤>로 번안해 상연하고 신구극개량단이 <장화홍련전><사씨남정기>를 개작하여 무대에 올리는 데 이른다. 대본 없이 시작된 신파극이 번안물의 시기를 거쳐 우리 고전 작품을 개작하는 데까지 영역이 확대된 것이다.

신파극의 영향

신파극은 흔히 주인공이 몹시 딱한 처지에 몰려 관중의 눈물을 자아내다가 어려움을 이기고 행복을 찾는 식으로 끝나며, 통속적인 윤리관에 입각한 교훈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흥미 본위와 상업주의적인 감상성을 띤다. 이런 성격은 어찌 보면 동 · 서양을 막론하고 봉건 사회에서 시민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예술 양식의 면모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근대 시민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장르 치고는, 신파극이 우리 문화계에 너무 넓고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신파극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순응과 체념의 감정을 쉽게 이입시킬 수 있는 장치였다. 그래서 일제는 신파극을 통해 효, 정절, 의리와 같은 가부장적 가치 체계를 선으로 표상화하고, 이를 국가관으로 확대시켜 총독 통치가 최선의 제도라는 그릇된 믿음을 은근히 우리 민족에게 심어준 것이다.

이런 요긴한 식민지 동화 정책 도구를 빠르고 깊게 전파시키기 위해 일제는 신파극 광고와 흥행 기사를 내면서 홍보하는 한편 창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논설을 발표하고 대본을 사전에 검열하는 등 철저한 압박을 가하였다.

신파극 작품

<장한몽>

초기 신파극은 대개 즉흥 연기 방식으로 이루어지거나 일본 작품의 번안이었다. 그러던 중 조일재(=조중환, 趙一齋, 1863~1944)가 일본 소설 <곤지키 야사>를 번안하여 발표한 소설이 <장한몽>이다. <장한몽>은 혁신단이 각색해 1913년 무대에 올리면서 신파극으로 더 알려졌다.

일본에서 <곤지키 야사>가 연재되던 시기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때였다. 그런 시기에 돈 때문에 변심한 애인과 그에 대한 복수를 다룬 이런 소설은 당대 사회 문제를 고발한 작품으로 큰 호응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장한몽><곤지키 야사>가 갖고 있던 사회 비판적 시각보다는 순애의 정절 의식을 부각시킴으로써 후기 신소설과 같이 봉건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태도에 중점을 둔다. 이처럼 신파극과 후기 신소설은 비슷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 : 북DB(http://news.bookdb.co.kr/bdb/Column.do?_method=ColumnDetailM&amp;sc.webzNo=14242)

<쌍옥루>

<쌍옥루>(1913) 역시 일본 작가의 소설을 번안 ·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여배우 없이 여자의 역할을 남배우가 대신 연기하는 것까지 일본식을 모방하였다.

희곡의 등장

1900년대에 나온 토론 소설 <소경과 앉은뱅이의 문답>이나 이해조의 신소설 <자유종>은 언뜻 보면 희곡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윽고 연극 쪽에서는 신파극을 위한 번안이나 창작 대본의 시도가 이루어진다.

<소경과 앉은뱅이의 문답>

작자 미상의 개화기 소설. 대화체로 된 단형서사 양식(樣式)으로 되어있다. 19051117일부터 같은해 1213일까지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에 연재 되었다. 내용은 개화기 혁신책의 하나인 단발령과 미신타파정책 때문에 점 치고 망건 파는 생업에 위협을 느낀 소경과 앉은뱅이가 자신들의 불우한 여건에 대한 푸념과 함께 참된 개화의지를 풍자와 기지로써 펼치는 작품이다.

그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화폐개혁에서 오는 전황(錢荒) 관료의 부패와 매관매직, 의타적인 외교정책 등으로서 을사조약에 의한 일본의 침투를 경계하고 무력한 정부와 국민의 새로운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결말에 불구인 자신들이 앞 못보고 걷지 못하는 결점을 서로 일심단결하면 온전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기울어가는 국권회복을 위하여 국민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를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신체적 불구자인 장님과 앉은뱅이의 대화를 통하여 시대의 변천에 휩싸여 변모해가는 자신들의 불우한 여건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개화의 물결에 따른 사회의 변천상에 긍정적인 시각의 일면도 보여주며, 자성(自省)과 자위(自慰)로 시대적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특히, <거부오해(車夫誤解)>와 더불어 문답형식의 독특한 개화기 소설로, 소설적 형상화는 흡족하지 않으나 장편 신소설들과는 달리 권선징악적 유형성이 없고, 풍자적인 대화로써 당시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 민족의식을 고취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던 중 문학 장르 차원에서 정식으로 나온 희곡은 조일재의 <병자 삼인>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병자 삼인>

<병자 삼인>1912«매일신보»에 한 달 여 동안 연재된 작품이다. 조일재는 일본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돌아와 윤백남과 함께 문수성을 조직하여 신파극을 번안 · 각색하고, 스스로 연기자로 나서기도 하였다. <병자 삼인>은 각본을 미리 잘 읽어 두면 나중에 연극을 볼 때 더욱 재미있을 거라는 말을 덧붙이는데, 예고와 달리 무대에는 오르지 못한 채 희곡으로만 남게 되었다.

내용과 형식의 특징

<병자 삼인>에는 여교사, 여의사, 여교장 등 유능한 세 명의 아내와 이들과 대조되는 무능한 남편 셋이 등장한다. 그러나 조일재는 여권 신장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개화로 아내와 남편의 역할이 바뀌면서 생긴 의식 구조를 희극적으로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형식면에서는 일본의 화술극을 모방한 흔적이 뚜렷한데, 미흡한 대로 대사와 지문, 독백과 방백 등 현대 희곡의 형식은 거의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병자 삼인>의 의의와 한계

<병자 삼인>은 일본인 헌병 보조원을 등장시켜 일본을 미화하는 등 친일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다. 형식면에서도 막을 여닫을 때 신호 도구로 딱딱이를 쓰고 화도(化道)를 사용하는 등 전근대적인 잔재가 남아 있다.

그러나 신파극에서 꽤 벗어나 독립된 문학 장르로서의 희곡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 구어체 대사로 생동감과 현실감을 살리려고 애썼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의의를 찾아 있다.

이광수의 희곡

<규한>

이광수는 1917«학지광»에 희곡 형식의 <규한>을 발표하였다. 조혼한 부부가 성인이 되어 겪는 갈등을 다룸으로써 자유연애 문제와 옛 결혼 제도의 모순을 드러낸 작품이다.

<순교자>

<순교자>(1920)에서는 대원군 시대의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뿌리 내리는 과정에서 신자들이 겪는 박해를 다루면서 역시 옛 결혼 제도의 모순을 담았다.

천주교를 믿는 주인공 남매는 가정 내에서는 어머니와의 갈등, 가정 밖에서는 천주교도를 잡아들이려는 대원군과, 여동생을 첩으로 삼으려는 송씨와의 갈등을 겪는다. 여주인공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돈에 팔려 가는 도입부는 고전 소설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그런데 첫날밤에 여주인공이 남편을 살해하고 오빠가 천주교도로서 대신 죽음을 맞는 결말에 이르면 신파조의 비극과는 다른 종교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윤백남, <운명>

윤백남은 워낙 다재다능해서, 은행원과 대학 강사를 거치면서 극단을 만들고 소설도 두어 편 발표한 사람이다. 그는 «태서문예신보»<국경>(1918)<운명>(1918) 등 여러 편의 희곡을 발표하였다.

1902년께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와이 이민이 시작되었는데, 몇 년이 지나자 이민자들이 사진만 보고 국내에 거주하는 처녀들과 혼인을 결정하는 풍속이 생겼다.

<운명>은 바로 이런 사진 결혼이라는 새 풍속에 주목하여 부권의 남용과 강제 결혼의 구습을 비판한 작품이다. 저자 자신도 사회극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조일재의 희곡이 일본 신파극의 잔재를 떨쳐내지 못한 데 비해, 근대 희곡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국립극단 블로그(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amp;blogId=ntck1234&amp;logNo=221353646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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