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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테마 61. 박목월

2018. 5. 30. by 솜글

박목월의 생애

해방 이전

박목월(朴木月, 1916~1976)은 경북 월성에서 태어나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다. 어릴 때는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하였으며,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930(15) 대구 계성 중학에 들어가 하숙 생활을 하며 습작기를 보냈다. 이미 3학년 때 동시 <통딱딱 통딱딱> 등을 투고하여 아동 문학으로 어느 정도 재능을 인정받았으나, 1935(20) 졸업한 후 집안이 기운 탓에 고향으로 들어와 동부 금융 조합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1939(24) <문장>에 작품을 투고하여 청록파 시인 중 가장 늦은 1940(25)에 등단하였다. 이때 그는 정지용으로부터 북의 소월, 남의 목월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목월이라는 필명은 변영로의 아호인 수주()’ 자에 포함된 ()’소월()’을 따서 지은 것이다.

해방 이후

1946(31) <청록집>을 낸 후에는 대구와 서울에서 교편을 잡는다. 1950(35)에는 잡지에 손을 댔다가 번번이 실패하고, 1953(58)부터 다시 서라벌예대, 홍익대 등에 출강하며 교직에 몸담았다. 1954(39)에는 <산도화>를 내는데, 여기서 그는 향토색 짙은 서정성, 시공을 초월하는 자연 지향성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그런데 후기로 가면서부터 박목월은 차츰 현실적 삶의 애환을 노래하고, 인간의 운명이나 사물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는 데 힘을 기울인다.

1956(41)에는 한국시인협회의 출판 간사를 맡고, 1959(44)에는 시집 <· 기타>를 내놓아 섬세함과 고유한 정서로 리리시즘을 구현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1962(47)에는 한양대 교수로 임용되고 이듬해에는 영부인 육영수의 개인 교습을 맡기도 했다. 1964(49)에는 과거의 정형률에서 벗어나 서술체를 사용하여 자연을 현대 감각으로 형상화한 시집 <청담>을 냈는데, 4년 후 이 시집으로 대한민국 문예상을 받았다. 1968(53)에는 <경상도의 가랑잎>에서 경상도의 방언을 통해 고향으로 회귀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1970(55)에는 후기 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력질> 연작을 내는데, 여기서는 자연에서 출발해 일상가족을 우회한 끝에 박목월이 안착한 사물의 본질의 세계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담아냈다.

1973(58)에는 박남수, 김종길, 이형기, 김광림, 김종해 등이 참여한 월간 시 전문지 <심상>을 발행하고, 이후 시집 <무순>을 펴내는 등 1976(61) 생을 다할 때까지 출판인, 교육자, 시인으로서의 뚜렷한 자취를 남긴다.

사진 출처 : 파이낸셜뉴스(https://www.fnnews.com/news/201504221725513387)

박목월의 시

전기 시

<청노루>

1946(31) <청록집>에 수록한 시로, 박목월의 자연관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흔히 청록파가 일제 말기에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기울게 된 까닭을 잃어버린 하늘과 딛고설 땅을 빼앗긴 상황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청록파의 자연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이라기보다는 시인의 내면에서 이상화된 자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청노루>는 세칭 청록파 시인인 박목월 초기 시에 나타나는 자연 지향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 주는 대표적인 시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의 인간에 대한 우호적 측면을 강조하게 되면, 자연은 미적 관조의 대상으로서 취급되게 마련이고, 시인은 자연 친화적 태도로 기울게 마련이다. 반면, 자연의 인간에 대한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인 측면에 눈이 미치면, 자연은 삶의 터전이요 생산의 현장으로서의 의미가 부각되고, 시인은 자연과의 투쟁이라는 태도로 기울 수밖에 없을 터이다. 이 시인은 전자의 예에 속한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이 시는 봄의 청아한 풍경을 관조적 태도로 노래하고 있다. 원경 묘사로 시작하여 청노루의 맑은 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화자 자신은 물론 다른 어떤 인물들도 등장하지 않아 동양화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시각적 심상뿐만 아니라 이 시가 주는 청각적 심상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유음이나 비음을 많이 사용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청노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ㅅ잎 피어 가는 열 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나그네>

1946(31) 발표한 작품으로,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화답시이다. <완화삼>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가 이 시에서는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로 변화되었다.

박목월은 스스로 나그네가 일제 말기 암울한 상황에 처한 우리 민족의 총체적 얼을 상징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권을 잃고 나그네로 전락한 백성으로서 국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나라 사랑의 한 방편이었을 수가 있다.

특히 이 시는 짧은 시행으로 압축된 주제를 전달하는 박목월의 언어 경제가 이룩한 최고의 경지다. 잘 익은 술의 빛깔을 연상케 하는 저녁 놀, 그밖에 색채감을 느끼게 하는 어휘들, 명사로 끝냄으로써 연과 연 사이에 여백을 주는 솜씨 등이 돋보인다.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윤사월>

1946(31) 발표한 작품으로, 세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순수한 산수의 서경과 인간 본연의 근원적 애수를 노래한 민요풍의 서정시이다. 박목월의 초기시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 7 · 5조를 바탕으로 기승전결의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어느 산 속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보여 주면서 그 속에서 눈 먼 처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전한다.

<윤사월>의 모티프는 송화 가루꾀꼬리’, 그리고 눈 먼 처녀이다. ‘송화 가루는 시각적인 것이니 눈 먼 처녀는 그것을 직접 볼 수 없는데, 이 양자 사이에 교량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꾀꼬리의 울음소리이다. ‘꾀꼬리의 울음에 의해서만 눈 먼 처녀는 윤사월의 무르익은 정경 속에 용해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에 꾀꼬리의 울음은 바로 눈 먼 처녀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송화 가루는 후각과 시각을 함께 드러내는 시어로, 그 주된 색조는 노랑이다. 이것이 이 작품의 고적한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토속적, 향토적인 애수와 고독을 더해 주고 있으며, 또한 꾀꼬리의 노란색과 결합되어 식물을 매체로 한 상상력과 동물을 매체로 한 상상력이 한국적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선명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윤사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산이 날 에워싸고>

1946(31) <청록집>에 담은 시이다.

일제 치하의 암울한 현실 상황 속에서 박목월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연 뿐이었다. 그 곳은 단순히 자연으로의 귀의라는 동양적 자연관으로서의 자연이라기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빼앗긴 그에게 새로운 고향의 의미를 갖는 자연이다. 그러므로 박목월에 의해 형상화된 자연의 모습은 인간과 자연의 대상들이 아무런 대립이나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변화가 인간의 유한성을 일깨우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인간의 삶이 자연을 해치는 파괴자의 모습으로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는 그 같은 자연 속에 안겨 평범하면서도 풍요로운 삶, 즉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시인의 순수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인간 삶의 근원적인 차원을 인식한 자연이기 때문에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라는 구문은 정언적 명령법(定言的命令法)이 아닌 흔쾌한 권유로서 주어지고, 화자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산도화 1>

1946(31) <청록집>에 실었다가 1955(40) 다시 <산도화>에 재수록한 작품이다. 이상화된 자연의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내 독자로 하여금 탈속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박목월이 이상적인 미의 세계를 형상화한 까닭은 아마도 인간 세계의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멀리 떠난 자연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안위를 구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청록파 시인들의 공통된 시적 태도라고 하겠다.

<산도화 1>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라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불국사>

1955(40) <산도화>에 수록한 시로, 묘사적 서정시, 또는 서경시(敍景詩)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로 어떤 외부의 장면이나 대상에 대한 생생한 인상을 통해서 정서적 감응을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종류의 시로 <청노루>를 들 수 있는데, 두 작품 모두 문법적 구문과는 관계없이 주로 명사와 명사로 된 행과 연의 결합을 통해서 함축적인 표현을 담아낸다.

<불국사>는 시 전체를 통틀어 서술어가 흐는히/ 젖는데밖에 없다. 이는 박목월 시의 문법적 특징을 잘 보여 주며,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화자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대상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감정이 노출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이 작품 속에서 전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 사물들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특정한 구도와 분위기를 연출하는 자체가 하나의 의도된 계획 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법에서는 이미지 수법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불국사>에서도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청각적 이미지를 동원하여 천년 고찰인 불국사의 신비로운 정적을 드러내고 있다.

<불국사>
흰 달빛/ 자하문(紫霞門)//
달 안개/ 물 소리//
대웅전(大雄殿)/ 큰 보살//
바람 소리/ 솔 소리//
범영루(泛影樓)/ 뜬 구름//
흐는히/ 젖는데//
흰 달빛/ 자하문//
바람 소리/ 물 소리

<>

1955(40) <산도화>에 수록한 시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향토적 정서가 어우러진 박목월의 초기시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박목월의 시는 잘 알려진 대로 서정성을 바탕으로 며, 그 서정성의 실체는 우리 민족이 지닌 보편적 정서인 정한(情恨)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에는 잔잔한 슬픔 같은 것이 배어 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슬픔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고도의 간결미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은 화자가 전면에 나서서 직접적으로 슬픔을 진술하는 대신 슬픔이 깃들인 풍경만을 제시한다. 그 서정성이 말 밖의 말[言外言]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절제된 감정으로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박목월 특유의 관조적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명이 향토적 정서를 자아내는가 하면, ‘불국사라는 종교적 심상이 작품에 드리우는 탈속적인 분위기로 인해 이 시는 한결 고결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달>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慶州郡 內東面)/ ()은 외동면(外東面)/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후기 시

<하관>

1959(44) <· 기타>에 수록한 작품으로, 아우에 대한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묻고 있다.

박목월은 어느 대담(對談) 자리에서 <하관>에 대해 “1년 동안 거의 아우의 죽음을 잊고 있다가 꿈에 아우가 자주 나타나더군요. 1년 동안 한 줄씩 (시가) 되어가곤 있었습니다만……. 1년쯤 흐르니까, 아우가 죽었을 때 받았던 날것 그대로의 슬픔이 가라앉고 아우가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말갛게 그저 바라보일 뿐이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곧 <하관>이 작위적 작품이 아니라, 진솔한 인격의 등가물임을 입증한다. 이승에서 맺은 혈연적 애정을 상실한 고통을 가라앉히는 데 1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시인은 말갛게 정제된 서정의 미학을 건져 올릴 수 있었고, 그러한 시적 변용의 세월은 시적 화자의 인격을 숙성시키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과정임을 알려 주고 있다. 그 결과 죽음이 말갛게 그저 바라보일 뿐이라는 깨달음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죽음이 그저 말갛게 바라보인다는 말은 아마도 이 시가 수식어를 극도호 배제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터이다.

<하관>
()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소서./ 머리밭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 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적막한 식욕>

1959(44) <· 기타>에 수록된 작품이다. 일상생활의 체험을 시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박목월의 초기 시에서 보여 준 감각적 단순성을 벗어나는 중 · 후기 시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일상의 체험을 서정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갈등이나 대립을 초극하기 위한 의지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서의 자연스러운 반응만을 드러냄으로써 박목월 특유의 서정성이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식욕을 바탕으로 한 실존적 자아의 모습을 극명히 보여 주는 이 시는 제목 적막한 식욕적막식욕으로 상징되는 삶의 속성을 제시하고 있다. 식욕이란 삶의 기본적인 속성이며, 삶을 영위해 나가는 가장 기초적인 욕구이다. 이러한 삶의 기본적 욕구가 앞의 적막한이라는 수식을 통해서 쓸쓸하고 조용한, 그리고 막막한이라는 정서적 속성과 결합되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존재의 속성을 표출한 상징적 음식이 바로 모밀묵이다. ‘모밀묵이 갖는 속성이 봄날 해질 무렵이라는 시간의 이중적 속성과 결합하여 마음 = 이라는 추상적 공간으로 화자의 고독한 존재 양상을 보여 준다.

한편, <적막한 식욕>은 모밀묵을 먹는 사람들의 식성과 모밀묵을 먹는 사람들의 삶의 속성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그들은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모밀묵과 같은 모습으로 결국 자연과 동화될 뿐 아니라, 수직적 · 수평적 인간관계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서 살아가는 평상인이 되며,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들이 된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실존적 모습을 모밀묵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작품이다.

<적막한 식욕>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素朴)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에 올라/ 새 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渴求)하는 쓸쓸한 식성(食性)

<나무>

1964(49) 시집 <청담>에 수록한 작품으로, 여행 중에 본 나무의 모습에서 받은 각각의 인상을 재미있는 화술로 선명하게 나타낸 산문시이다.

<나무>
유성(儒城)에서 조치원(鳥致院)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修道僧)일까, 묵중(黙重)하게 서 있다./ 다음 날은 조치원에서 공주(公州)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過客)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溫陽)으로 우회(迂廻)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문을 지키는 파수병(把守兵)일까. 외로와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黙重)한 그들의, 침울(沈鬱)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이별가>

1968(53) 낸 시집 <경상도의 가랑잎>에 수록한 시이다. <가시리>에서부터 이어지는 이별의 정한이라는 한국 시가의 정서적 광맥을 계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별가>의 중심을 이루는 시어는 뭐락카노이다. 경상도 지역의 방언은 한국 시사의 전통에서 볼 때 특이한 예에 속하는데, 이 시어가 소설의 화소(話素)처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가 강의 저편에서 화자에게 말을 건네나 바람에 날려서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강 이편의 화자 역시 상대에게 뭐라고 외치지만, 그 목소리 또한 확연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와 나를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놓은 것은 강, 이 강은 삶과 죽음의 간격을 의미한다.

그가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인연인데, 그와 생전에 맺은 인연의 밧줄은 삭아 내리고 있다. 세상살이의 인연은 마치 갈밭을 건너는 바람과도 같이 덧없이 보인다. 그러나 화자는 하직을 말자고 되뇐다. 화자 역시 머지않아 강 건너 저 세상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뭐라는지 자세히 들리지는 않지만, 흰 옷자락을 펄럭이며 서 있는 그가 어서 건너오라고 손짓하는 것으로 여겨져 화자는 오냐, 오냐, 오냐라고 알아들었다는 듯이 대답한다. 나도 곧 갈 거라는 뜻일 게다.

<이별가>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가정>

1968(53) <경상도의 가랑잎>에 실은 작품이다. 힘겨운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돌아온 시인 박목월이 아버지로서의 고통을 토로하는 한편, 자식들에 대한 막중한 책임 의식을 스스로 확인하는 시이다. 현실적 세계를 시적 대상으로 삼은 생활시로서의 진면목을 보여 주고 있다.

<가정>에서는 화자와 청자의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화자는 실제 작자인 박목월과 거의 일치하며, 청자는 강아지라고 불린 그의 자녀들이다. 얼음판 같은 세상의 모습을 말하면서 다소 비감스러워하던 화자의 목소리는 자녀들에게 말을 건넬 때, 따뜻하게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비록 고달프게 살아가는 가정이지만,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십구 문 반이라는 신발 크기로 강조하는 것은 그 큰 신발 속에 아홉 명의 자식들의 미래를 담고 있다는,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무를 강조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시는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자식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아버지들의 모습을 화자의 가정을 통해 잘 보여 준다.

<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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