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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테마 57. 이육사

2016. 9. 14. by 솜글

이육사의 생애

이육사(李陸史, 1904~1944)는 본명이 원록(源祿)이고 훗날 활()로 개명했다. 육사라는 이름은 그가 대구 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수인 번호가 64 또는 264여서 그 차음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육사는 경북 안동에서 퇴계 이황의 14세손으로 태어난다. 육사의 친가와 외가는 모두 일제에 항거한, 엄숙하고도 애국적인 집안이었다. 어릴 때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웠는데, 6형제가 모두 뛰어났다. 그 중에서도 뒷날 문학 평론가로 이름을 날린 원조가 가장 재기 발랄했다. 이육사는 조금 늦게 신학문을 접하여 1920(17) 보문의숙에 들어가고 이어 대구 교남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하였다.

1925(22)에는 독립 운동 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한 뒤 일본과 중국에서 항일 활동을 펼친다. 1926(23)에 잠시 귀국해서 시 <전시>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무렵 발생한 조선 은행 대구 지점 폭파 사건에 형제들과 함께 연루되어 3년 형을 받는다. 이때 네 형제는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서로 나를 고문하라.”라며 대들어 일경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1929(26) 출옥한 이육사는 다시 광주 학생 운동 때문에 잡혔다가 풀려나는데, 이런 옥고를 거부 치르는 동안 건강이 크게 훼손되었다.

사진 출처 :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C%9C%A1%EC%82%AC)

1930(27) 베이징 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한 뒤 의열단 등 여러 독립 운동 단체에 가입하여 항일과 학업을 겸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루쉰[魯迅]과 교유한 것도 이 무렵인데, 그에게서 문학적 자극을 받아 4<312>이라는 시를 발표하였다.

이육사가 본격적으로 시 창작에 힘을 기울인 것은 1933(30) 귀국하여 시 <황혼>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후 언론계에서 일하다가 1935(32) 논문 <위기에 임한 중국 정계의 전망> 등을 발표하였으며, 이 무렵부터 신석초와 가깝게 지낸다. 1937(34)에는 신석초, 김광균, 윤곤강 등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내고 여기에 <노정기>, <교목>, <파초> 등을 발표한다. 이어 1939(36)에는 <연보>, <청포도> 등을 발표했다. 그런 와중에도 수감과 석방을 여러 차례 겪었다.

1943(40), 이육사는 신석초에게 베이징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더니 몇 달 후 돌아온다. 그리고 체포되어 다시 베이징으로 압송되고, 이듬해인 1944(41) 베이징 감옥에서 순국하였다. 해방 후 1946, 신석초 등의 문우들에 의해 «육사 시집»이 출간되었으며, 1968년에는 고향인 경북 안동의 낙동강 언저리에 <광야>가 새겨진 시비가 세워졌다.

사진 출처 : 서울 퍼블릭뉴스(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517500196)

이육사 문학의 특징

이육사의 시는 웅장하고 활달한 상상력, 그리고 남성적이고 지사적인 절조와 품격을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릴 때 한학을 익힌 탓인지 초기 시들은 다소 관념과 추상에 빠져 시적 깊이를 보이지 못하지만, <절정>, <교목>, <광야> 등으로 대표되는 후기 시들은 절제된 시어로 일제의 군국주의에 맞서는 강인한 저항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때문에 이육사는 민족 시인’, ‘저항 시인으로 불린다.

이육사는 드물게도 문학과 삶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한 사람이다. 고결한 정신과 올곧은 신념을 고스란히 행동으로 옮긴 그의 깨끗한 삶은 그가 남긴 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생애를 통틀어 36편의 시밖에 남기지 않았으며, 그것도 대여섯 편을 빼면 태작(駄作)에 그친 느낌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육사 시가 갖는 우리 문학사, 특히 시사적 의미는 다음 몇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1930년대 전반을 풍미하던 모더니즘의 비인간화 경향에 대한 비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둘째, 고전적인 선비 의식과 한시의 영향으로 전통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셋째, 한국 시에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입김을 불어넣었다. 넷째, 죽음을 초월한 저항 정신과 시를 통한 진정한 참여를 보여 주었다. 특히 넷째 측면은 윤동주와 함께 일제 말 우리 민족 문학의 공백기를 메워주었다는 점이다.

이육사의 시

<황혼>

1935(32) 발표된 작품으로, 이육사의 본격적인 데뷔작이라 할 수 있다. ‘골방은 화자가 처해 있는 밀실(密室)이지만 도피의 공간이 아니고, 번민과 고뇌를 통하여 지구의 반쪽을 내다볼 수 있는 열려진 공간이며, ‘황혼은 스스로는 사라지면서도 더욱 붉은 빛으로 모든 것을 품안에 안을 수 있는 사랑, 평화, 안식의 시간을 의미한다.

<황혼>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 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 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五月)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來日)도 또 저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지는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노정기>

1937(34) 발표한 시이다. 이육사의 초기 시는 조국을 잃고 세계와 단절되어 빛을 잃은 그가 어둠 속을 걸어온 자신의 삶의 역정을 노래하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이 <노정기>이다. 화자의 고뇌 어린 삶의 역정기인 노정을 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노정기>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ㄴ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들여다보며

<청포도>

1939(36)에 발표한 작품으로, 이육사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다른 작품과는 달리 치열한 투쟁의 의지가 내면화된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청포도라는 사물을 통하여 시의 밝고 선명한 분위기를 형성하여 억압된 시대의 장벽을 넘어서 평화로운 삶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잔잔한 마음의 자세로 노래하고 있다.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연보>

1939(36) «시학» 창간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육사의 특징인 강인한 남성적 어조 대신 화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고통과 질곡, 불안 의식 등을 잔잔한 어조로 솔직 담백하게 펼쳐 보여 준다. 화려한 항일 무장 투쟁 속에서도 이육사는 한 인간으로서 겪던 고뇌와 좌절을 솔직히 표출한 시를 발표하기도 하였는데, 그런 특징을 드러내는 작품으로는 <연보>, <노정기>, <청포도> 등을 들 수 있다.

<연보>
너는 돌다릿목에서 줘 왔다/ 할머니의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언덕 그 마을에/ 버려진 문받이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여덟 새 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이 흘러간 항구의 밤/ 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 길 위에/ () 잎만이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 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
눈 위에 걸어가면 자욱이 지리라./ 때로는 설레이며 바람도 불지.

<절정>

1940(37) «문장»에 발표한 작품이다. 1940년은 일제의 식민지 통치가 가장 가혹하던 암흑기로, 국내의 합법적인 민족 운동은 전혀 불가능했고 해외의 독립 운동도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할 뿐이었다. 이육사는 <절정>에서 바로 그러한 극한적 위기 상황을 간결하고 예리한 심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역시 이를 초극하려는 강렬한 의지 혹은 정신을 강렬한 상징으로 표상하고 있다. 극한적 한계 상황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자기 관조의 여유, 준엄한 선비의 자세, 정연한 한시와 같은 구조, 대륙적이고 남성적인 당당한 목소리, 육사 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절정>의 서정적 자아는 조국 상실과 민족 수난이라는 역사적 현실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결단의 자리에 서 있는 한 사람의 투사이다. 그는 의존할 아무런 현실적 유대도 없는 극한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고독한 긴장 속에 처해 있다. 이러한 긴장감으로부터 남성적인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소월, 만해 등에서 알 수 있듯 우리의 근대시가 일반적으로 여성 편향적 성격을 지녔던 데 반해, 육사의 시는 남성적인 대결 정신과 강인한 대륙적 풍모를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두 가지 대립되는 심상의 역설적 통합도 그러한 정신에서 나오는 현실 초극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구성상으로는 마치 한시의 절구(絶句)처럼 기 · · · 결의 완벽한 4단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앞의 두 연에서는 외적(外的)인 극한 상황을, 뒤의 두 연에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의 시인의 의식을 보여 준다.

<절정>
매운 계절(季節)의 채쭉에 갈겨/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교목>

1940(37) «인문평론»에 발표한 시이다. ‘교목이란 높게 우뚝 서 있는 나무로서, 화자와 동일시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일제 치하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굽힘이 없이 살다가 무려 17회나 투옥되었던 이육사의 삶의 자세를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 연의 끝에 말아라, 아니라, 못해라등의 부정어를 사용함으로써 강인한 저항 의지를 드러낸다.

<교목>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자야곡>

1941(38) «문장»에 발표한 시로, 초기작인 <노정기>와 같은 맥락에서 실향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이미지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담배를 피우는 행위이다. ‘파이프에 타오르는 꽃불은 제3연의 연기와 연관된다. 화자에게 있어서 이 담배는 꽃불’, ‘연기가 되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념의 매개체로 인식되는 것이다. ‘꽃불1연의 이미지와 연관시키면 수만호 빛과 서로 상통하게 된다. 이때의 불은 고향의 부정적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희망적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꽃불이 향기롭다는 사실에서도 이러한 희망적 이미지는 쉽게 드러난다. 따라서 이 시는 담배의 불빛과 연기가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화자가 고향을 떠나 북방 이국의 객창에서 느끼는 실향 의식은 비극적 자기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수만호 불빛이 사라진 대신 이끼만 푸르게 자라난 고향을 원형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 바람 불고 눈보래 치는암울한 역사 현장 속으로 달려 나가는 적극적 저항 의지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야곡>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라//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광야>

해방 후 «육사시집»에 실린 작품으로, 광막한 공간과 아득한 시간을 배경으로 강인한 지사적 의지를 노래한 시다.화자는 광야에 서서 태초를 포함한 역사를 생각하고, 미래의 찬란한 역사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제1~3연은 광야의 과거의 역사, 4연은 현재의 암담한 상황과 의지, 5연은 미래의 소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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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육사 시집»에 수록된 작품이다. <절정>이 한계점을 인식하고 비극적 초월을 노래한 것이라면, 이 시는 삶의 비약적 상승과 희망을 노래한 것으로 미래 지향적 성격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광야>와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시적 상황 전체가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으며, 각 연의 첫 3행은 상황, 마지막 행은 화자의 의지(意志)를 표현하여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구조로 되어 있다.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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