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세대 논쟁
세대 논쟁의 시작
1935년, 이원조는 <신인론>을 발표하며 문단의 세대를 신인 작가와 기성 작가로 나눈다. 그리고 신인 세대에게는 “신인다운 기백”이 없고, 기성 세대에게는 “대가다운 풍격”이 보이지 않는다며 두 세대 모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원조의 이 발언은 비난이라기보다는 우려 섞인 관심에 가까웠기 때문에 신세대로부터는 크게 반발을 사지 않았지만, 차츰 신인들은 기성 작가들, 특히 비평가들의 자질과 신인의 등용 기준에 대해 조금씩 의혹을 품게 된다.
이윽고 1939년 1월 «조광»이 기획한 ‘신진 작가 좌담회’에서 그 동안 쌓인 불신과 불만이 떠올랐다. 이 자리에는 박노갑, 허준, 계용묵, 정비석 등 신진들이 참석했는데, “조선 작가에서 선배를 찾기는 좀 어려운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임화는 1939년 2월 <신인론>을 발표하여 대부분의 신인들이 새로움에 대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기성 문인들의 작품을 모방하는 데 급급하다며 ‘기성복 시장’에 빗대어 비판한다.
신세대의 반박
임화의 글이 나간 후 4월, 김동리, 정비석, 김영수 등은 기성 세대 문인들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낸다. 신세대를 대표하던 김동리는 <문자 우상>에서 기성 문인들이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지드, 발레리 등의 이론을 도용하거나, 리얼리즘이니 휴머니즘이니 지성이니 모럴이니 하며 현학적 문자를 들먹이는 ‘문자 병’에 걸려 있다고 비판한다. 또 하루빨리 기성 문인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 산 사상과 지혜가 담긴 문학에 임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정비석은 <평가에의 진언>에서 기성 세대의 비평, 특히 ‘월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다. 그러면서 기성 비평가들이 신인들을 평가할 때는 최소한 작품을 두 번 이상 읽고 체계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고찰해 줄 것을 요구한다.
순수 논쟁으로의 확대
1939년 6월, 유진오는 <순수에의 지향>을 발표하여 신세대들의 반박을 다시 반박한다. 이로써 세대 논쟁은 순수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이 글에서 유진오는 30대와 20대 작가 사이에 언어 단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자면 순수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동리는 8월 <순수 이의>를 발표하여 기성 세대보다는 신인들의 문학 정신이 더 순수하다고 주장한다. 김환태 역시 나이는 구세대에 속하지만 <순수 시비>를 통해 신세대 작가들을 옹호하고, 유진오가 순수의 표상으로 꼽은 보들레르, 발레리, 말라르메의 문학 정신 역시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 결과 나온 것이므로 정치나 현실 참여를 떠나 순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원조는 <순수는 무엇인가>에서, 순수는 정치나 현실 문제를 멀리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김동리는 1940년 2월 <신세대의 문학 정신>에서 신인들의 문학 정신이야말로 인간성 옹호와 탐구의 창조 정신이라고 하고, 이러한 인간성 회복을 위해 서구의 르네상스 정신을 수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아울러 30대 문학인들의 특징이 정치적, 사회적, 공리적, 물질적이라면 신인들의 문학은 철학적, 인생적, 윤리적, 영혼적이라고 대비시켜 정의하였다.
순수 논쟁의 결말
1년여에 걸친 이 논쟁은 처음에는 신 · 구 세대의 갈등에 초점이 모이다가, 점차 20대 창작가들과 30대 프로 비평가들 사이에 순수와 비순수를 놓고 벌이는 논전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던 중 유진오는 1940년 2월 <대립보다는 협력을 요망>이라는 글을 써서 두 세대가 상호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김동리도 <신세대의 정신>에서 개성, 생활, 운명, 의욕이 조화를 이루며 성장해야 한다고 하여 신세대의 순수 문학론을 총정리하는 듯한 이론을 내놓았다. 이렇게 유진오의 타협안이 나온 데다 일제의 전시 체제가 뒤섞이자, 순수 논쟁은 조금씩 가라앉는다.
이렇게 끝난 이 논쟁은 상대방의 문제의식을 받아들이면서 대안을 찾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반론을 펼치는 데 급급한 인상을 준다. 때문에 겉으로는 화해한 것처럼 비쳤으나, 속으로는 불신과 불만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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