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의 생애
학창 시절과 문단 활동
이무영(李無影, 1908~1960)은 본명이 용구(龍九)로, 충북 음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무영은 휘문고보를 중퇴한 후 1925년(18세) 일본으로 건너가서 막노동을 하면서도 작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윽고 자신이 존경하던 일본 작가 가토 다케오[加藤式雄]와 만나 그의 문하에서 4년 간 문학 수업을 받는다. 1926년(19세)에는 ‘무영’이라는 아호로 장편 <의지 없는 영혼>과 <폐허>를 발표하고, 1927년(20세)에 장편 «폐허의 울음»을 간행하였다.
1929년(22세) 귀국한 후에는 <8년 간>, <아내>, <두 훈시>와 시 <이 아침에 부르는 노래>, 수필 <꿈에 본 탄금대> 등을 꾸준히 발표하였으나, 초기 작품들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32년(25세) «동아일보» 현상 모집에 중편 <지축을 돌리는 사람들>이 당선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고, 같은 해 <흙을 그리는 사람들>을 발표하였다. 이무영의 ‘흙’에 대한 애착 역시 이 무렵 형성된 것이다.
1933년(26세)에는 유치진, 이태준, 이효석, 정지용 등과 함께 ‘구인회’를 결성한다. 이어 <오 도령>, <궤도>를 발표하고, 이듬해에는 동아일보사에 기자로 입사하여 <우심>, <취향>, <B녀의 소묘>, 장편 <먼동이 틀 무렵>을 발표하였다. 또 1935년(28세)에는 소설을 발표하는 한편 극예술연구회의 동인으로 나서 희곡 <탈출>, <아버지와 아들>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1936년(29세)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살 사건 때문에 «동아일보»가 정간되자 이무영은 직장을 잃는다. 이후 친구와 몇 차례 사업을 벌이지만 연이어 실패하고, 결국 1939년(32세) 경기도 군포로 가서 농사를 짓는다. 이 체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 <제1과 제1장>이다. 이어 1940년(33세)에는 ‘제1과 제1장의 속편’이라는 부제를 단 대표작 <흙의 노예>를 발표해 농촌 문학 작가로 자리를 굳혔다.
해방 이후
이후 이무영은 해방 직전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1945년(38세) 해방 후에도 줄곧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1950년(43세)에는 6 · 25가 터지자 염상섭, 윤백남 등과 함께 해군에 입대하여 1953년(46세)까지 복무하였다. 그 사이 대학에 출강하기도 하고 희곡 <이순신>을 써서 무대에 올리기도 하였다.
또 이 무렵부터는 예전과 달리 애정 윤리 소설을 잇달아 내놓기도 하였다. 장편 <창>, <난류>, 단편 <숙향의 경우>, <송 미망인> 등이 그것이다. 1955년(48세)에는 자유문학자협회 부위원장, 문총 최고 위원을 맡고, 1956년(49세)에는 <농부전 초>로 서울시 문화상을 받았다.
1957년(50세)에는 단국대학교에 임용되어 교수로 재직하였으나, 갑작스런 뇌일혈로 인해 1960년(53세)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숨을 거둔다.
이무영 소설의 특징
이무영은 평소 우직한 농부인 아버지의 삶을 표본으로 삶았는데, 그 때문인지 ‘흙의 작가’로 불릴 만큼 농촌에 대한 애착을 꾸준히 그린 농촌 작가다. 1932년(25세)의 <흙을 그리는 사람들>, 1939년(32세)의 <제1과 제1장>, 1940년(33세)의 <흙의 노예> 등 일련의 대표작이 그 점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무영의 소설은 최소한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로 대표되는 1930년대 농촌 계몽 소설과는 다르다. 누구를 계몽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소설가로서의 자신이 작품을 쓰기 위해 농촌을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예찬하든, 농촌 인심을 드러내든, 흙냄새를 내세우든, 요컨대 그가 작품을 그런 돌파구를 통해 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무영에 있어서의 농촌은 자기 구제의 도구였던 셈이다.
이무영의 소설
<제1과 제1장>
1939년(32세) 발표한 작품으로, 기자 생활과 사업에 실패한 후 귀농하여 농사를 지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이무영의 작품들은 대부분 농촌과 농민을 소재로 하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 현실로 담아내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소작제도의 모순이나 농촌 노동의 어려움 등 농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농촌의 현실적 모순보다는 농촌이 간직하고 있는 인간의 냄새에 더 끌리었다. 그가 착안한 농촌은 바로 비인간적인 도시 문명과 대비되는 것으로서의 농촌인 것이다. <제1과 제1장> 역시 그러한 시선에서 탄생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제1과 제1장>
김수택은 열두 살에 고향을 떠나 중학교에 다닌다. 중학에 다니던 어느 겨울 그의 집에 도둑이 들어온다. 집에 있던 그는 학교에서 배운 유도 실력을 발휘하여 도둑을 때려눕힌다. 그 소리에 그의 아버지는 손에 작대기를 들고 나타나서 잃어버린 물건도 없는데 몰인정하게 했다고 수택을 때린다. 고학으로 학교를 마치고 열일곱 살에 동경으로 유학을 다녀와 80원을 받는 신문사 기자이자 소설가로 지냈으나, 그는 기자 생활이 작가 생활을 망쳐 놓았다고 생각하고는 사표를 내고 농촌 생활을 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시골로 내려간다.
김 노인과 친척들은 별안간 내려온 그의 가족을 에워싼다. 김 노인은 흙 냄새를 싫어하는 놈이 사람이냐고 했었으나 아들을 용서한다. 고향집은 많이 퇴락해 있었고 얼마 안 되는 농토도 이미 남의 것이 되었다. 또한 김수택은 도시 생활을 하는 동안 아버지 김 노인과 많이 서먹서먹해져 있었다.
김수택은 우선 퇴직금 150원으로 면장의 첩이 쓰던 집을 살림집으로 구입하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꼴 베기도 해보고 밭일도 해본다. 그 모두가 힘에 겹고 도시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김수택은 고향의 산수가 너무 보잘것없다고 투정을 부리다가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아내는 시골에 내려 온 후 아이들과 자신이 설사를 한다고 하소연하지만, 부부는 김 노인의 역정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가을을 맞는다. 벼가 익고 볏단이 쌓이는 것을 보며 수택은 시골에 내려온 보람을 잠시 느끼나 추수에서 비료 대금과 설사 치료비, 지세 등이 제하여지는 것을 보고 착잡한 심정이 된다.
그의 몫으로 남은 벼 여남은 섬이 가마니에 채워지고, 그걸 다른 사람들은 거뜬히 지고 가나 근 이백여 근이 되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김수택은 코피를 쏟는다.
<흙의 노예>
1940년(33세) 발표한 이무영의 대표작으로, ‘제1과 제1장의 속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만큼 그 구성이 <제1과 제1장>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 있으며, 배경과 인물이 동일하다. 다만 이전 작품보다 식민지 치하에서의 농민의 가난과 가난한 농민의 흙에 대한 집념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농민들의 삶과 의식의 한 단면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으며, 아울러 농민의 땅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가를 매우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흙의 노예>
낙향한 김수택은 자신의 농촌 설계가 그저 로맨틱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피땀 흘려가며 농사를 짓고 나서 추수를 해보니 자기 몫으로 남는 것은 벼 넉 섬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으로 다섯 식구가 반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 앞에 그만 낙담하고 만다.
더욱이 자기 집이 완전히 몰락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더욱 큰 충격을 받는다. 아버지 김 노인은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가 30여 마지기의 논을 10년 사이에 다 날리고 맨주먹의 소작농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김 노인은 그것이 신문명(新文明)의 유입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계문명이 농촌을 망쳤다는 것이 김 노인의 결론이었다.
김 노인의 땅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었다. 그는 지금은 남의 땅이 된 지난날의 자기 땅을 찾아가 물끄러미 바라보는가 하면, 휴지가 되어버린 땅문서를 뒤적이기도 한다. 김수택이 자신의 원고료와 퇴직금 그리고 세간 판 돈을 합해서 그 땅을 도로 사겠다고 하니 김 노인은 뛸 듯이 기뻐한다.
김 노인은 병 든 자신의 약값 때문에 땅값이 축날 것을 염려하여 “찾어—땅—”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양잿물을 마셔 자결한다. 김 노인에게 있어서 땅은 그의 전부였고, 그는 철저한 흙의 노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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