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부락»의 창간
1936년, 아직 문단에 별로 알려지지도 않고 특별한 경력도 없는 젊은 시인인 서정주가 소규모의 시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하였다. 서정주 본인이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했는데, 동인들은 모두 그와 마찬가지로 무명에 가깝던 김진수, 김달진, 김상원, 오장환, 함형수 등 신인들이었다.
시인부락파의 결성 취지는 그저 개성과 참된 자유를 살릴 수 있는 시인들이 이 ‘부락’에 모여 살기를 꿈꾸는 것이었다. 이런 소박한 목적을 가지고 모인 이 시인들은 오히려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시를 쓸 수 있었다.
«시인부락»은 2호로 종간되지만, 구성원이던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등은 이후 계속해서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오랫동안 빛을 발했다.
생명파의 형성
1930년대 초반에는 시문학파와 모더니스트들이 시단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시인부락»의 서정주, 오장환, 함형수, 그리고 동인은 아니지만 이들과 함께 호흡한 유치환이 등장하자 정면 도전을 받게 된다.
서정주, 오장환, 함형수, 유치환은 시문학파가 음악성과 서정성으로, 모더니스트들이 도시적 이미지와 지성으로 순수 문학을 일궈낸 업적은 인정한다. 그러나 지나친 감각주의와 기교주의 성향에는 반발하는 태도를 보이고, 저 시원(始原)의 꿈틀거리는 인간의 생명력으로 회귀하자는 것을 취지로 내세운다. 사람들은 곧 이들을 생명파 또는 인생파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서정주는 스스로 생명파라 일컬었다. 특히 서정주, 유치환, 오장환은 시 분야에서 저마다 개성 있는 언어로 인간과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존재의 더 높은 차원을 제시하며 한국 현대 시사의 큰 봉우리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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