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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테마 44. 오장환

2014. 7. 9. by 솜글

오장환의 생애

어린 시절

오장환(吳章煥, 1918~?)은 충북 보은에서 서자로 태어난다. 유난히 감성이 예민하던 오장환은 서자라는 것 때문에 소외감을 느껴 반항적이고 우울한 소년으로 자란다. 이런 면은 학창 시절에는 물론 훗날 문단에서 활동할 때도 다양한 형태로 굴절되어 나타났다.

중동학교를 수료한 후 휘문고보에 입학한 오장환은 학비를 내지 못해 중퇴하고, 1933(16) <목욕간>을 발표해 문단에 나온다. 이후 일본으로 가서 메이지 대학에 다니다가 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문단 활동

오장환은 1934(17)에 장시 <전쟁>을 쓰고 김기림의 도움을 받아 <성씨보>, <>, <향수>, <면사무소> 등을 발표한다. 1936(19)에는 «낭만», «시인부락», «자오선» 등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우기>, <성벽>, <온천지> 등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1937(20) 첫 시집 «성벽»을 냈다. 이 시집으로 오장환은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시단의 3대 천재’, ‘시의 황제라는 말을 듣게 되며,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김기림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1937(20)부터 1939(22)에 걸쳐 발표된 <황무지>, <적야> 등에서는 허무와 퇴폐, 낯선 항수에서의 방황, 고독과 소외감, 죽음과 찾은 이미지를 풍긴다. 이들을 묶어 1939(22) 그는 시집 «헌사»를 펴냈다. 이렇게 도시 문명과 탕자들이 우글대는 부두와 죽음에서 방황하던 끝에 오장환은 문득 고향을 떠올린다. 지치고 피곤한 몸을 안식할 만한 곳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이런 경향은 해방 후 1947(30)에 간행한 시집 «나 사는 곳»에 잘 드러나 있다.

해방 이후

해방 후 오장환은 1946(29) 임화, 김남천과 함께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는데, 이때 낸 시집 «병든 서울»에는 부르주아적 근성에 대한 자아비판과 함께 계급주의에 발맞춘 앞날을 다짐하는 내용의 시편들이 담겨 있다. 이 무렵 오장환은 친했던 서정주를 비롯한 청년문학가협회 사람들을 친일파라고 비난하는 등 자신의 좌익 선택을 의식한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948(31)에는 마침내 월북하고, 1950(33) 6 · 25 때 서울의 김광균을 찾아와 북녘에서 낸 시집 «붉은 깃발»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후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 : 나무위키(https://namu.wiki/w/%EC%98%A4%EC%9E%A5%ED%99%98)

오장환 문학의 특징

오장환이 문단에 등장한 것은 1933(16) 이야기 시 <목욕간>을 발표하면서부터이지만,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전개한 것은 1936(19) «낭만», «시인부락», «자오선»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이후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월북하기까지 4권의 시집을 상재한다. 첫 시집 «성벽»1937(18) 2월까지 쓴 작품들을 모은 것이고, 둘째 시집 «헌사»는 그 이후부터 1939(22) 8월까지의 작품들을, 세 번째 «병든 서울»은 해방 이후부터의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네 번째 시집 «나 사는 곳»은 몇 작품을 제외하면 해방 전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시기적으로는 «병든 서울»보다 앞선다.

오장환의 시 세계는 대개 세 경향으로 나뉜다. 첫째는 «성벽»«헌사»에서 보여 주는 비애와 퇴폐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더니즘 지향의 세계요, 둘째는 «나 사는 곳»의 향토적 삶을 배경으로 한 순수 서정시의 세계요, 셋째는 «병든 서울»이 보여 주는 해방 이후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세계이다. 그의 문학은 과거의 관습과 전통의 계승을 부정하고 서구적 취향에 몰두하였다가 다시 고향을 발견하는 도정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해방 이전의 오장환의 시 세계는 순수 모더니즘의 성격에 훨씬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장환의 시

초기 «성벽»의 시

<성씨보>

1936(19)에 쓴 작품으로, <성벽>과 함께 그의 초기 시 세계를 뚜렷이 보여 주는 작품이다.

시적 자아에게 있어서 성씨보’, 즉 족보는 한갓 오래인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왜 오가(吳家)’인지 모른다. 단지 조상 때부터 그렇게 불려 왔기 때문이다. 족보를 살피자면 중국 청인(淸人)을 조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믿을 수 없다. 족보란 얼마든지 허위로 작성될 수 있고, 심지어는 매매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족보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역사 전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그에게 역사란 소라 껍데기처럼 속에 비해 무척 무거운 짐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에 그는 분명한 어조로 나는 성씨보가 필요치 않다. 성씨보와 같은 관습이 필요치 않다.”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전통 부정은 이상(李箱)의 경우와 같이 모더니즘의 한 형태로서 자폐적 언어유희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오장환의 전통 부정은 나름대로의 역사 인식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가계보를 작성한 먼 조상을 대국 숭배를 유심히 하고 싶어서족보를 허위 작성하거나 매입한 알 수 없는 종자로 파악한다. 이러한 자기 부정은 실은 자신이 지금 속해 있는 식민지 현실을 있게 한 모든 조상에 대한 부정이자, 그러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모멸감의 표현이다. 동시에 서자로 태어난 오장환의 전기적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극단적인 부정의 내부에는 강한 혁명의 에너지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마련이다. 단지 오장환에게 있어서는 그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분출되기까지의 시간이 다른 프롤레타리아 시인들보다 조금 더 걸렸을 뿐이다.

<성씨보>
내 성은 오씨(吳氏). 어째서 오가인지 나는 모른다. 가급적으로 알리워 주는 것은 해주로 이사온 일청인(一淸人)이 조상이라는 가계보의 검은 먹글씨. 옛날은 대국 숭배(大國崇拜)를 유심히는 하고 싶어서, 우리 할아버니는 진실 이가였는지 상놈이었는지 알 수도 없다. 똑똑한 사람들은 항상 가계보룰 창작하였고 매매하였다. 나는 역사를, 내 성을 믿지 않어도 좋다. 해변 가으로 밀려온 소라 속처럼 나도 껍데기가 무척은 무거웁고나. 수퉁하구나. 이기적인, 너무나 이기적인 애욕을 잊을랴면은 나는 성씨보가 필요치 않다. 성씨보와 같은 관습이 필요치 않다.

<성벽>

1936(19) «시인부락»에 발표한 작품이다. 비애와 퇴폐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더니즘 지향을 보이는 오장환의 초기 시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성벽>
세세전대만년성(世世傳代萬年盛)하리라는 성벽은 편협한 야심처럼 검고 빽빽하거니 그러나 보수(保守)는 진보(進步)를 허락치 않어 뜨거운 물 끼언고 고추가루 뿌리든 성벽은 오래인 휴식에 인제는 이끼와 등넝쿨이 서로 엉키어 면도 않은 턱어리처럼 지저분하도다.

<모촌>

1936(19) «시인부락»에 실은 작품이다. 일제 치하 식민지 현실 속에서 삶의 근거를 잃고 유랑하던 1930년대 농민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연과 행의 구분을 무시한 독특한 형태의 이야기 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형식은 데뷔작 <목욕간>부터 나타나던 것으로, 폐쇄적 공간인 식민지 현실의 구속과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의 서사적 줄거리는 싱싱하던 박 넝쿨이 서리에 사그러 붙던 어느 가을밤, 부부는 밤새도록 싸웠으며, 박이 완전히 굳어지고 낙엽지던 날, 그 부부는 새 바가지를 뀌어 들고 움막을 떠나갔다.”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단순한 줄거리 속에 당시 유랑인들의 곤궁한 삶이 감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초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로 제시된 퇴락한 움막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을 심어 그것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던 극한적 궁핍상이다. 부부가 무엇 때문에 밤새도록 싸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생활의 어려움 때문인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부부가 새 바가지를 꾸어 들고 움막을 떠나 유랑 걸식하는 걸인이 되는 것으로 시상이 마무리되고 있는데, 이러한 비극적인 부부의 모습이야말로 당시의 숱한 유랑인들을 대표하는 대유로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장환은 그러한 비극적 상황에 대해 일체의 설명이나 자신의 감정을 배제시킨 채, 시적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객관적인 정황만을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시적 대상인 부부와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이 시는 생략과 응축이라는 절제된 표현 방법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에 호소함으로써 시적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 제목인 모촌과 퇴락한 움막 풍경이 주는 황량한 분위기와 함께,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라 붙던 밤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던 날이 환기하는 쓸쓸함에서, 그 부부의 서러운 인생과 당시 민중들의 비참했던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준다. 극심한 가난과 일제의 수탈을 견디지 못하고 정든 고향땅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의 비극적 운명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하겠다.

<모촌>
초라한 지붕 썩어 가는 추녀 위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밤 서리 차게 내려앉는 밤,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라 붙던 밤, 지붕 밑 양주(兩主)는 밤새워 싸웠다.//
박이 딴딴히 굳고 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던 날, 양주는 새 바가지 뀌어 들고 초라한 지붕, 썩어 가는 추녀가 덮인 움막을 작별하였다.

<황혼>

1937(20) 첫 시집 «성벽»에 수록한 작품이다.

1930년대에 들어 룸펜이라 불리는 지식인 실업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1945), 유진오의 <김 강사와 T 교수>(1935) 등 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룸펜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1930년대에 들어 경제 공황이 본격화되자 더욱 첨예하게 드러난 식민지 모순에 근거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1930년대 후반부터 오장환의 문학 세계는 그 동안 직접적으로 드러났던 현실 인식이 내면화되어 상징적으로 표출되거나, 아니면 현실을 도외시한 먼 역사로의 도피이거나, 일상사의 사소함 속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획득하는 자기 침잠의 세계로 전환된다.

<황혼>1930년대 후반 식민지 지식인이 겪는 무력감과 소외감을 황혼의 이미지와 연관시켜 표현한 작품이다. 시적 화자에게도 아름답던 고향의 추억은 있지만, 그 고향은 원래 우거진 송림 속으로 곱-게 보이는 고향이었음에도 이제는 날마다 야위어가는 병든 학일 뿐이다. 그러한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어 온 도시는 어디를 가도 사람보다 일 잘하는 기계는 나날이 늘어나서 더 이상의 병약한 노동력은 요구하지 않는다. 시적 자아는 비로소 자신의 타태와 무기력을 극진히 어루만져 보지만, 아무도 자신을 보아 주지 않는 황혼 속에서 힘없는 분노와 절망을 묻어버릴 뿐이다.

이 시는 이처럼 황혼의 어스름에서부터 밤이 밀려오기까지의 시간적 경과 속에서 시적 자아가 가로수에 가만히 기대어 서서 바라보는 거리의 풍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지식인의 무기력과 절망감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명시적으로 작품 속에 지식인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젊음의 자랑과 희망’, ‘타태와 무기력등의 이미지와 노등’, ‘포도’, ‘전서구’, ‘등의 시어는 그를 통해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의 지식인적 성격을 어느 정도 드러내 준다.

한편으로 이 시는, 과거의 밝은 이미지와 현재의 어두운 이미지의 겹침 효과가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전환하는 황혼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잘 조화되어, 시적 자아가 처한 비극적 환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날마다 야위어가는’ ‘병든 학’, ‘어디를 가도 사람보다 일 잘하는 기계는 나날이 늘어나가고등의 구절에서 보듯, 그러한 비극적 환경이 한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식민지 현실의 구조적 모순에 근거한다는 부분적인 표현은 1930년대 후반의 한국시의 내면화된 현실주의적 특성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황혼>
직업소개에는 실업자들이 일터와 같이 출근하였다. 아모 일도 안하면 일할 때보다는 야위워진다. 검푸른 황혼은 언덕알로 깔리어 오고 가로수와 절망과 같은 나의 기-ㄴ 그림자는 군집의 대하에 짓밟히었다.//
바보와 같이 거물어지는 하늘을 보며 나는 나의 키보다 얕은 가로수에 기대어섰다. 병든 나에게도 고향은 있다. 근육이 풀릴 때 향수는 실마리처럼 풀려나온다. 나는 젊음의 자랑과 희망을, 나의 무거운 절망의 그림자와 함께, 뭇사람의 웃음과 발길에 채우고 밟히며 스미어오는 황혼에 맡겨버린다.//
제집을 향하는 많은 군중들은 시끄러히 떠들며, 부산히 어둠 속으로 흐터저버리고. 나는 공복의 가는 눈을 떠, 희미한 노등(路燈)을 본다. 띠엄띠엄 서 있는 포도(舖道)우에 잎새 없는 가로수도 나와 같이 공허하고나.//
고향이여! 황혼의 저자에서 나는 아리따운 너의 기억을 찾어 나의 마음을 전서구(傳書鳩)와 같이 날려 보낸다. 정든 고삿. 썩은 울타리. 늙은 아베의 하-얀 상투에는 몇 나절의 때묻은 회상이 맺어 있는가. 우거진 송림 속으로 곱-게 보이는 고향이여! 병든 학()이었다. 너는 날마다 야위어가는……//
어디를 가도 사람보다 일 잘하는 기계는 나날이 늘어나가고, 나는 병든 사나이. 야윈 손을 들어 오랫동안 타태(墮怠), 무기력을 극진히 어루만졌다. 어두워지는 황혼 속에서, 아무도 보는 이 없는, 보이지 않는 황혼 속에서, 나는 힘없는 분노와 절망을 묻어버린다.

중기 시 · 후기 시

<소야의 노래>

1938(21)에 발표한 작품으로, ‘도형수를 화자로 등장시킨다. 그는 실제 죄수가 아니라 식민지의 시대에 죄수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시인 오장환의 현실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낯선 집 울타리에 던지는 돌은 보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첫째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낯선 집은 일본인들의 집으로, 눈 위에 찍힌 더러운 발자욱은 일제의 발자욱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치미는 마음이라는 구절이 일제에 대한 분노로 해석될 것이 마땅하겠지만, 이 시를 항일 저항시의 하나로 보기는 어렵다. 왜냐 하면 을 던진 사람은 분명 도형수인 화자와 동일한 인물임이 분병한데, ‘을 던지고 난 후에는 그에게는 어떤 긍지나 의식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산짐승의 우는 소리만이 처량하게 들릴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행위는 현실에 대한 철저한 대응 의식의 소산이라기보다는 현실 상황에 대한 심한 좌절감을 느낀 화자가 다만 자신의 울분에서 벗어나고자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인 행동임이 분명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오장환이 그의 두 번째 시집인 «헌사»를 발간할 때까지만 해도 분명 순수 서정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소야의 노래>
무거운 쇠사슬 끄으는 소리 내 맘의 뒤를 따르고/ 여기 쓸쓸한 자유(自由)는 곁에 있으나/ 풋풋이 흰눈은 흩날려 이정표(里程表) 썩은 막대 고이 묻히고/ 더러운 발자국 함부로 찍혀/ 오직 치미는 미움/ 낯선 집 울타리에 돌을 던지니 개가 짖는다./ 어메야, 아직도 차디찬 묘() 속에 살고 있느냐./ 정월(正月) 기울어 낙엽송(落葉松)에 쌓인 눈 바람에 흐트러지고/ ()짐승의 우는 소리 더욱 처량히/ 개울물도 파랗게 얼어/ 진눈깨비는 금시로 나려 비애(悲哀)를 적시울 듯/ 도형수(徒刑囚) 발은 무겁다.

<고향 앞에서>

1940(23) «인문평론»에 발표한 작품으로, 독특한 감각적 표현을 바탕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고향 앞에서>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잣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병든 서울>

1945(28) 12월에 발표한 작품이다. 오장환의 초기 시에서 보여 주었던 유교적 인습에 대한 부정과 반항의 세계가, 해방 이후에는 이 시에서 보듯 새 시대에 대한 전망과 기대의 이미지로 발전되어 나타나게 된다. 신장병 때문에 해방을 병상에서 맞은 오장환은, 광복의 감격과 어수선한 해방 정국에서의 울분과 좌절을 이 시를 통해 병든 서울이라는 상징어로 토로하고 있다.

시적 화자인 로 대치된 시인이 815일 병원에서 운 것은 단순히 기쁨 때문이 아니라, ‘탕아로/ 홀어머니 앞에서 죽는 것이 부끄럽고 원통해서였다고 믿었지만, 하루가 지난 뒤 정신이 들고 보니 이는 실로 너무나 가슴을 터치는 사실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날마다 병원을 뛰쳐나간다. 그러나 싱싱한 사람 굳건한 청년, 씩씩한 웃음이 있는 줄알았던 네거리의 병든 서울은 단지 눈깔에 불을 켜들고 날뛰는 장사치무슨 본부, 무슨 본부/ 무슨 당, 무슨 당의 자동차만 가득할 뿐이다.

그리하여 그는 그렇다. 병든 서울아/ 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모두 다 술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시피/ 아 다정한 서울아/ 나도 밑천을 털고 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라며 울부짖는다. 식민지 치하에서 가 반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그저 술 먹고 돌아치는 것이었고, 여기에는 너도 나도 잡놈일 뿐이어서 서울은 오히려 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친일파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어제까지 황군 위문 공연을 다니던 문학인들이 오늘은 너도 나도 민족 문학을 부르짖고,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정당을 구성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버린 해방 정국은 이미 그가 꿈에 그리던 그러한 마음 속 고향이 아니었다. 그의 이상은 , 인민의 이름으로 되는 새 나라의 건설이건만,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 병원에서 뛰쳐나와 인민의 이름으로 씩씩한 새 나라를 세우려 힘쓰는 이들과 함께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노력하지만, 어느새 서울엔 다시금 술취한 망종이 다시 들끓고 있을 뿐이다. 잠시 동안 해방의 감격에 취해 있었던 그는 이제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하늘젊은이의 씩씩한 꿈들을 보고 싶어서, ‘길거리에 자빠져 죽는 날까지 다시금 반항할 것을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그는 그 동안 슬픔에 울기만 하여 이냥 질척거리는눈을 뽑아 버리고, ‘그 동안 독한 술과 끝없는 비굴과 절망에 문드러진쓸개를 내팽개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해방 정국의 감격과 울분을 노래하는 이 시는 이러한 격정이 호흡을 적절히 가다듬게 하는 선동적인 리듬감과 조화를 이루어, 거칠면서도 절제된 시인의 내면의 심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병든 서울> 中
815일 밤에 나는 병원에서 울었다./ 너희들은 다 같은 기쁨에/ 내가 운 줄 알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일본 천황의 방송도,/ 기쁨에 넘치는 소문도,/ 내게는 곧이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병든 탕아(蕩兒)/ 홀어머니 앞에서 죽는 것이 부끄럽고 원통하였다.//(중략)
그렇다. 병든 서울아,/ 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모두 다 술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시피/ 아 다정한 서울아/ 나도 밑천을 털고 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 나라 없는 원통함에/ 에이, 나라 없는 우리들 청춘의 반항은 이러한 것이었다./ 반항이여! 반항이여! 이 얼마나 눈물나게 신명나는 일이냐//(중략)
그러나 나는 이처럼 살았다./ 그리고 나의 반항은 잠시 끝났다.//
아 그 동안 슬픔에 울기만 하여 이냥 질척거리는 내 눈/ 아 그 동안 독한 술과 끝없는 비굴과 절망에 문드러진 내 쓸개/ 내 눈깔을 뽑아 버리랴, 내 쓸개를 잡아 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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