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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테마 14. 염상섭

2014. 4. 1. by 솜글

염상섭의 생애

어린 시절

횡보(橫步) 염상섭(廉想涉, 1897~1963)은 서울 종로구에서 일찍이 개화한 아버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다. 군수를 지낸 아버지 덕분에 가정이 넉넉하여 유복하게 자랄 수 있었지만, 훗날 염상섭은 집안은 부유했지만 어릴 때부터 조국의 상황을 암담하게 인식했으며, 그 절망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문학이라고 여겼다고 회고한다.

1912(16)에는 일본으로 유학하여 교토 부립 다이지(第二) 중학교를 졸업한 후 1917(21)에 게이오 대학 문과에 입학하는데, 이 때 몇몇 일본 정치가들에게 <조선 독립 선언문>을 써 보내기도 했다.

«폐허»와 문단 활동

1919(23)에는 3 · 1 운동과 관련하여 투옥되고, 출옥 후 복음 인쇄소에 사무직이 아닌 직공으로 취직해 일하면서 노동자 체험을 했다. 이듬해에는 동아일보사에서 잠시 기자 생활을 하다가 «폐허»를 발간하기 위해 사퇴한다. 그리고 «폐허» 창간호에 시 <폐허에 서서>, 서문 <법의> 등을 발표하였다. «폐허»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단에 발을 들인 염상섭은 시, 소설, 비평 부문에서 두루 솜씨를 보이면서 주로 비평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그러면서 «창조»의 김동인과 비평가의 역할을 두고 논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1921(25)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평가되는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내놓는다. 이후 염상섭은 기자 등으로 활동하며 꾸준히 작품을 쓴다. 1922(26)에는 <암야>, <제야>, <만세 전>, 1934(27)에는 <신혼기>, 1924(28)에는 <금반지><전화>, <윤전기> 등을 발표하면서 리얼리즘의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1920년대 내내 왕성한 작품을 보이던 염상섭은 1929(33) 열여덟 살의 여성과 결혼하고 조선일보사에서 학예 부장으로 근무한다. 그리고 1931(35) 우리 문학사에서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장편 <삼대>를 연재하였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삼대>의 속편 격인 장편 <무화과>를 쓰고 한동안 공백기를 가지더니, 드문드문 작품을 써 내면서 일본인 주간과의 마찰 때문에 국경 등지에 머문다.

해방 후

1945(48) 해방을 맞고 귀국한 염상섭은 돈암동에 거처를 마련하고 경향신문사에서 근무하며 <채석장의 소년>, <두 파산>, <임종> 등을 발표하였다. 이 시기 작품에는 <삼대>에서 보이던 장문투의 세밀한 묘사 대신 서민적 세태 소설의 면모가 보인다.

1950(53)에는 6 · 25 전쟁이 터지자 이무영, 윤백남과 함께 해군 소령으로 복무하고 이듬해 중령으로 승진하였다. 환도한 후 1954(47) 서라벌예술대학 초대 학장으로 임명되지만 출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즈음부터 서울특별시 문화상, 자유 문학상 등을 잇달아 받지만, 부상을 팔아야 했을 만큼 생활고와 병고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내 회복한 듯 1956(59)부터 여서 작품을 왕성하게 발표하는데, 1962(66)에 고혈압과 직장암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이듬해, 당시 52세이던 부인의 개가를 염려했다는 일화를 남기고 성북동 집에서 숨을 거둔다.

사진 출처 : 월간조선(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F&nNewsNumb=201708100067)

염상섭의 문학

염상섭은 1921(25)부터 작고할 때까지 40여 년 동안 장편 28, 단편 147, 평론 101, 시를 비롯한 기타 글을 187편이나 남겼고, 단행본도 19권이나 출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 가운데 소설 작품은 시기에 따라 크게 셋으로 분류된다.

초기
(1921년~
1922년)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 <암야>(1922), <제야>(1922), <만세 전>(1924) 등
ㆍ식민지 체제 하의 현실 인식
중기
(1924년~
1937년)
<금반지>(1924), <전화>(1925), <고독>(1925), <윤전기>(1925), <조그만 일>(1926), <사랑과 죄>(1927), <이심>(1928), <삼대>(1931), <무화과>(1932), <백구>(1932) 등
ㆍ가족을 배경으로 일상 서민의 의식, 생활양식, 살아가는 형편을 그림
후기
(1946년~
1962년)
<임종>(1949), <두 파산>(1949), <효풍>(1948), <취우>(1952) 등
ㆍ해방 이후 상황에서 금전, 권력, 이데올로기의 체계가 가족 관계, 애정 관계, 소시민의 윤리 의식 등을 파탄내고 좌절시키는가에 집중

염상섭의 소설은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인간의 심리와 삶의 세부를 포함한 실제 현실의 이모저모를 느리게 보여 주는 문체를 선호한다. 이것은 있는 현실을 객관적이고 상세하게 서술하는 근대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초기 작품

해방 전 염상섭의 많은 작품들, 특히 <만세 전><삼대> 등은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현실에 관한 염상섭의 관심은 초기 삼부작이라고 불리는 <표본실의 청개구리>, <암야>, <제야>에서부터 이미 나타난다. 세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특정한 이유 없이 불안, 초조, 좌절, 허무에 깊이 빠져 있으며, 세계에 대한 적응이나 저항을 보이기보다는 동요 또는 파멸로 나아가는 특성을 보인다. 초기 삼부작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우울한 분위기는 3 · 1 운동의 실패 이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식민지 지식인의 내면세계를 보여 주며, 동시에 당대가 그만큼 암담하고 절망적인 시대였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염상섭의 초기 삼부작은 아직 조선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인식을 드러내지는 못한다는 한계점을 보이는데, 이를 극복한 것이 <만세 전>이라 할 수 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25) 작품이자 염상섭의 소설 데뷔작이기도 하다. 염상섭은 1919(23)에 김동인과 소설가의 자질 및 비평가의 권리에 관한 논쟁을 벌인 바 있는데, 그 때 피력한 자신의 주장을 실험하기라도 하듯 내놓은 걸작이 <표본실의 청개구리>이다. 이 작품은 이전까지 우리의 어느 소설에서도 본 적 없는 괴이하고 실험적인 소개를 사용하여 인간 내면의 심리를 파헤친다. 이 작품을 읽은 김동인은 새로운 하므레트의 출현이라고 평가한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있던 는 중학 시절의 개구리 해부 장면을 떠올리고 메스에 대한 공포로 신경아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이러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다음 날 H의 권유로 함께 평양으로 향하고, 남포에서 YA를 만나 술을 마치면서 삼 원 오십 전에 삼층집을 지었다는 광인 김창억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일행과 함께 그를 찾아간다.
김창억은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신동이라는 소리도 일었으나, 부모가 일찍 죽고 아내마저 떠난 후 가난뱅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차츰 정신이 이상해진 김창억은 마침내 혼자 집을 나와서 유곽 근처에 원두막 같은 삼층집을 지어 놓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세계 평화니 인류애니 하는 강연을 하며 밥과 술을 얻어먹고 지내는 인물이다.
는 후에 김창억이 걸인이 되어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듣는다.

염상섭은 <표본실의 청개구리>에서 3 · 1 운동 직후 지식인이 겪은 번민을, 냉철한 시각으로 생물을 해부하듯이 임상학적인 수법으로 그려 낸다. 이로 말미암아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주의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데, 사실주의적 경향을 함께 띠고 있어 사실주의적 자연주의 작품또는 자연주의적 사실주의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고도의 심리 묘사와 상징 기법 위에 «폐허» 시절의 퇴폐적인 음운한 분위기를 덧칠하여 서구 자연주의와는 또 다른 색조를 자아낸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에서는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되고 있는데, 바깥 이야기는 식민지 지식인의 병적인 우울과 절망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속 이야기는 광인 김창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두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창억은 각기 우울증 환자와 광인으로, 정상인이 아니라는 데서 공통점을 가진다. 한편 광인은 김동인의 <광화사><광염 소나타>에도 등장하는데, 김동인의 광인이 개인적 차원의 이상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면, 염상섭의 광인 김창억은 시대와 환경적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서사적 구조 자체가 균형을 잃고 있으며 생경한 관념을 지나치게 노출함으로써 소설적 한계를 드러낸다.

<암야> · <제야>

1922(26) 발표한 <암야><제야>는 근대화 시기의 변화하는 모습, 특히 남녀 간의 연애를 소재로 하여 당대 젊은 지성인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 번민을 암울한 분위기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러한 번민의 원인은 물론 3 · 1 운동 직후의 암울한 시대상과 연관된다.

<암야>
주인공은 작은집에 가서 결혼을 축하하고 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귀찮아하며 방으로 들어가 고뇌에 빠진다. 책상에 앉아 창밖에서 절뚝발이 아이가 혼자 연을 날리는 것을 보고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연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 그는 사진이 끼워진 액자를 보며 자신과 약혼한 N을 생각하다 어머니의 심부름을 위하여 작은집을 향하여 간다. 가는 도중 사람들이 많은 길을 가면서 때려눕히고 싶다는 생각, 결혼이라는 것도 중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돌려 친구 A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B를 만나 예술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뒤 나와서 CD를 만나 D의 경제 사정 얘기를 나눈다. 그는 A, B, C, D,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잔디밭에 앉아 그들과 함께 했던 대화 내용을 생각하며 그 모든 고뇌를 절뚝발이 아이의 연에 비유한다. 그는 방으로 돌아와 «출생의 고뇌»라는 단편집을 읽고 감격해 눈물을 흘리고 잠이 든다. 어둑할 때 잠이 깬 그는 책상에 놓인 N의 사진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모든 걸 걸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는다.
저녁을 먹고 바람 쐬러 나와서 별을 바라보며 자신의 영혼에 빛을 비추지 말라 얘기하며 눈물이 괸다. 그는 계속해서 광화문 태평통을 걸어 나간다.
<제야>
6년 동안 동경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25세의 여성 최정인은 PE, 두 명의 남자와 혼전 관계를 하며 자유연애의 통쾌감에 젖어 든다. 그 무렵 최정인의 부모는 K와의 혼담을 진행시키고, 최정인은 PE에게 구원을 청하지만 동경으로 떠난 P에게도, 이혼을 하겠다는 E에게도 뚜렷한 대답은 없다. 최정인은 임신 사실을 E에게 알리지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E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결국 K와 결혼한다. 신혼 2주쯤 지났을 때 새신랑 K는 정인의 배가 불러 오는 것을 눈치 채지만 함묵하다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이혼을 요구한다.
최정인은 친정 곁에서 해산을 기다리며, 돌이키면 그래도 짧은 결혼 생활이 어쩌면 행복이 아니었느냐고, 이제 와서는 생도 사도 의미가 없음이더라고, 그런 기분을 담아 생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생이란 무엇이고, 감정, 연애, 생식, , 도덕이 무엇이고 정조란 무엇이며 결혼이란 무엇인지 그녀는 이 모든 것을 허무하게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아직까지 자살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그녀에게 큰 사명이 있어서 라고 외치는데 자기 자신에 대한 복수, 한 남자에게 대한 복수, 그리고 이 사회에 향한 반항, 도전, 복수라고 한다.

<만세 전>

<만세 전>1922(26) «신생활»에 연재한 작품이다. 연재 당시에는 제목이 <묘지>였는데, 연재가 끝나기 전에 잡지가 폐간되고 «시대일보»에 다시 연재할 때부터 <만세 전>으로 바꾸었다. 비슷한 예로 1923(27) <신혼기> 역시 단행본으로 낼 때 제목을 «해바라기»로 바꾼 적도 있다. 이처럼 염상섭은 제목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였고, 평소에 인물들의 이름을 지을 때도 동네의 문패를 두루 살피면서 항렬까지 따져 보며 지었다고 한다.

<만세 전>은 서울과 동경을 배경으로 3 · 1 운동 전후의 참담한 현실을 지식인의 눈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연재될 때 이미 검열에 걸려 여러 차례 부분 삭제된 바 있다.

<만세 전>
조선에 만세 운동이 일어나기 전 해 겨울, 도쿄에 유학 중이던 ’(이인화)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한다. 기차 시간에 여유가 있어 카페 여급을 찾아 잠시 놀기도 한다.
개인주의적 성격의 는 시모노세키에서 조선인을 검색하는 형사들에게 크게 시달린다. 이때부터 는 차차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자각을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자각은 관부 연락선의 목욕탕에서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멸시하는 말들을 듣게 되면서 점점 날카로워진다.
김천에서 만난 형은 총독부 법에 의해 개인 묘지 대신 공동묘지밖에 쓸 수 없게 되었다며 묏자리 걱정을 하고 있었다. ‘는 그런 형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서울에 도착하자 아내는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양약을 먹지 못해 거의 반사 상태였다. 결국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는 다시 일본으로 떠난다. 큰집 형님이 재혼을 권하자 겨우 무덤에서 빠져 나왔는걸요.” 하며 웃는다.

여로형 소설

‘여로형 소설’이란 여행의 길을 따라 사건의 발생과 해결이 이루어지는 소설을 말한다. 여로형 소설은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선적형 여로’와, 출발지로 다시 귀환하는 ‘회귀형 여로’로 나뉜다. <만세 전>에서 주인공 ‘이인화’는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도쿄에서 서울로 왔다가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여로 형식, 그 중에서도 원점 회귀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야기는 ‘나’의 여로를 따라 펼쳐지면서 당대 현실의 암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만세 전>의 여로형 구조 : [동경] 개인적 생활 → [하관] 자신이 조선인임을 자각함 → [배 안] 일본인들의 조선인 비하에 울분을 느낌 → [부산] 조선의 현실에 놀람 → [김천] 조선의 낙후된 정신세계에 탄식함 → [기차 안] 조선의 현실을 ‘무덤’으로 생각함 → [서울] 도망치듯 동경으로 떠남 → [동경] 개인적 생활

는 여행 과정에서 자아를 각성하고 현실 의식의 성장을 보인다. 그러나 직접 행동적인 저항 의지를 드러내어 실천적인 차원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는데, 이는 결말부의 도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당시 염상섭이 지닌 현실 인식의 한계로 지적할 수도 있고, 또는 그렇게 도피할 수밖에 없었을 만큼 당대가 암울했기 때문에 3 · 1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점을 이면에서 읽어낼 수도 있다.

개작 전후의 차이

<만세 전>은 총 두 차례 개작되었다. 한 번은 «시대일보»에 연재하던 것을 고려공사에서 저자명을 양규룡으로 하여 단행본으로 간행할 때 이루어지고, 또 한 번은 해방 후 1948(52) 수선사에서 단행본으로 다시 간행될 때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완성까지 26년이 소요되었다고 할 수 있다.

  • 고려공사 본 : 고려공사 단행본에서는 전체적으로 부분적인 글귀를 수정하거나 가감하는 선에서 개작이 이루어졌다. 다만 연재 당시 검열 때문에 삭제되었던 부분들을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 수선사 본 : 수선사 본에서는 구문, 시제, 문장, 이념의 첨가와 변경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또 해방 전에는 ‘정자’가 ‘이인화’에게 보내는 편지의 분량이 무려 3면에 달했는데, 해방 후 수선사 본에서는 이 내용을 간단하게만 언급한다. 이 차이는 ‘정자’에 대한 ‘이인화’의 정서에 거리감을 부여하고 있다.

초기 삼부작과의 차이

염상섭의 초기 삼부작인 <표본실의 청개구리>, <암야>, <제야>는 식민 통치에 절망하고 허무주의에 빠진 젊은이들의 자아 탐구를 다소 졸렬하게 묘사하였다.

그러나 <만세 전>에서는 그러한 개인적 상태의 묘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몰락해 가는 민족의 현실을 묘사하는 데 눈을 돌린다. ‘이인화의 시선을 통해 강점하의 현실, 즉 차별과 착취에 신음하는 민중의 실상 그리고 구시대적 관습으로 죽어 간 아내의 모습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염상섭은 이후 <삼대> 등 거대한 사실주의적 장편 소설로 나아가는 초석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중기 작품

초기에 지식인의 우울과 침통, 반항적 감정 등을 짙게 보여 주던 염상섭은 1924(28) 단편 <금반지>에서부터 가족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일상적인 생 의식과 살아가는 형편을 치밀하게 그려 나간다. 평범한 사실주의 작품 세계로 변모한 것이다.

중기 작품들은 대부분 서울 중류층 가정을 배경으로 하거나 그와 관련된 소재를 취하면서 생활 현실을 반영한다. 단편에서는 대체로 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애잔한 애정이나 생활 속의 작은 파문을 그리거나, 중간 계급의 논리와 삶의 자세를 그리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생활면에서 무능한 사회주의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생활 문학은 장편 소설에서 보다 심화된다. 장편에서는 생활이 보다 구체적으로 계층의 문제로 형상화된다. 중기의 장편은 크게 두 가지 계열로 전개되는데, 하나는 식민지적 현상을 충실하게 묘사하며 고발하는 작품 군이고, 다른 하나는 남녀 간의 애욕과 돈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는 작품 군이다. 이 두 계열이 통합된 작품이 1931(35)<삼대>라고 할 수 있다.

<삼대>와 그 속편 격인 <무화과>를 통해 식민지 현실을 소설화했던 염상섭은, 1930년대에 들어 일련의 통속 소설을 쓴다. 이는 문학적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었다.

<전화> · <조그만 일> · <이심>

1925(29)<전화>, 1926(30)<조그만 일>, 그리고 1928(32)<이심>은 염상섭의 중기 생활 문학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단편들이다.

<전화>
이 주사는 전화 추첨에 뽑혀서, 아내의 옷가지와 금붙이 따위를 전당포에 잡히고 마련한 300원으로 들여 전화를 놓는다. 아내는 첫 번째 전화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데, 그토록 기대했던 첫 전화는 아침 일찍 기생 채홍이가 남편을 찾는 전화였다. 아내는 기분이 상해 남편과 말다툼을 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한 이 주사는 회사에서 채홍이의 전화를 받고 퇴근길에 그녀를 만난다. 밤에 들러 달라는 채홍이의 말에 그러마고 약속하지만, 아침에 아내와 싸운 것이 마음에 걸려 아내에게 줄 속옷과 장갑을 선물로 사 가지고 돌아와 아내의 마음을 돌린다. 밤이 되자 이 주사는 채홍이와 약속한 일로 걱정한다.
어느 날 이 주사는 아내와 저녁을 먹다가 직장 동료인 김 주사의 전화를 받는데, 채홍이와 만나기로 한 일이 걱정되던 차에 잘 됐다고 여기며 나간다. 그 날 밤 아내는 채홍이가 남편을 찾는 전화와 남편으로부터 채홍이에 대해 묻는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남편과 기생이 서로 전화를 하며 찾는 것을 보고 분해한다.
늦게 귀가한 이 주사는 아내를 달래며 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자고 권하고, 마침 김 주사가 자신의 아버지가 전화를 오백 원에 살 것이라고 한다. 이 주사는 그 돈을 받아서 전당포에 잡힌 아내의 옷을 찾고 나머지 돈을 용돈으로 쓸 생각에 흡족해 한다.
그러나 김 주사는 부친에게 전화를 칠백 원에 샀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백 원을 가로챈 데다 이 주사를 속이고 몰래 사귀어 온 채홍이와 새 양복을 맞추어 입는다. 이 사실을 안 이 주사의 아내는 김 주사 부자를 찾아가 이백 원을 돌려받고 좋아한다. 전화를 놓은 지 며칠 사이에 사백 원이나 번 것이다. 아내는 이 주사에게 전화를 다시 놓을 것을 은근히 권한다.
<조그만 일>
길진은 원고를 팔았던 ××사에서 돈을 받으러 들렀다가 빈손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내 혜숙이 그저께부터 화로와 아궁이의 재를 퍼 담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부어 잿물을 한 항아리나 받아 놓더니, 그걸 마시고 버둥거린다. 정말 죽을 작정으로 잿물을 한 사발이나 먹었는지, 언젠가 실없이 한 말처럼 낙태를 시키려고 먹었는지 길진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길진은 아내가 워낙 쇠약한 몸이라 명이 끊어질는지 모르겠다 싶어 앞뒤 잴 겨를 없이 의원을 찾아가지만 의사는 길진의 초라한 차림새를 보고는 대충 왕진 가겠노라고 둘러댄다. 길진은 다시 ××사에 원고료를 독촉해볼까 싶었지만 전화를 빌릴 용기가 나지 않는데다, 돈을 빌리는 데도 실패한다. 길진은 주인집에서 얻은 쌀물을 혜숙에게 주지만 기력이 쇠한 그녀는 마시자마자 토해내고, 행랑어멈은 계속 핀잔을 준다.
이때, ××사에 있는 친구 한 사람이 원고료라며 20원이 든 봉투를 갖고 찾아온다. 길진이 20원 지폐를 내보이자 아내는 웃던 얼굴에 오히려 눈물을 담으며 커다란 한숨을 쉰다.

<이심>에서는 야비한 일본인 사노와 순진한 미국 청년 커닝햄’, 그리고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한국인들의 음모와 계략에 빠져 여주인공 박춘경의 삶이 침해되고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적 현실을 바탕으로 한 전반부의 구조와 야욕의 세계라는 후반부의 구조가 잘 용해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불가피한 시대의 대응책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심>
박춘경은 남편 이창호가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뒤 생활고 때문에 일본인 사노가 경영하는 호텔에 취직한다. 박춘경의 미모에 끌린 사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유혹하고, 박춘경은 결국 그의 정부(情婦)가 되고 만다. 이창호가 석방되자 사노는 경찰을 시켜 그를 다시 투옥시키고, 이창호의 친구였던 강찬규를 시켜 박춘경을 얽어매 두려고 한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무역 상회에 다니는 강찬규는 사장의 친구인 사노에게 종종 술을 얻어먹고 졸개 노릇도 하는 위인으로, 이창호가 투옥된 뒤로는 사노의 앞잡이가 되어 친구의 아내인 박춘경을 괴롭힌다.
한편, 사노의 호텔에서 우연히 박춘경을 본 미국 총영사의 아들 커닝햄도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접근해 오는 미국 청년에게 경계심을 품었던 박춘경도 그가 자기 남편과 마찬가지로 문학에 취미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경계심을 풀고, 커닝햄은 진심으로 그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노는 박춘경을 미끼로 커닝햄으로부터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하고, 결국 사노의 농간으로 박춘경은 아무런 경제적 이익도 얻지 못한 채 커닝햄에게 떠넘겨진 처지가 되고 만다.

<삼대>

1931(35)에 연재된 <삼대>는 염상섭을 대표하는 장편 사실주의 소설로, 1920년대 한 중산층 일가의 재산을 둘러싼 분쟁, 그리고 당대 지식인들의 현실 인식과 대응 방식을 묘사한 거작이다.

<삼대>
조의관은 고루한 봉건 의식의 소유자이다. 그는 어렵게 모은 재산으로 집안의 크고 작은 제사를 받들고 가문의 명예를 키워나가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삼는다. 조의관은 칠순 노인이지만 최 참봉의 소개로 서른을 갓 넘긴 수원댁을 들여 네 살배기 딸까지 두고 있다. 그런 조의관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아들인 조상훈이다. 그는 맏아들이면서도 집안일은 안중에 없고 교회 사업에 골몰해 집안의 돈을 바깥으로 빼돌리고, 더구나 조의관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문의 제사를 우상 숭배라고 하며 전혀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의관은 아들보다도 손자인 덕기에서 더 큰 믿음을 가진다.
조덕기의 부친인 조상훈은 위선자다. 미국 유학까지 마친 인텔리에다 기독교 신자요 교회 장로인 그는 교회를 통한 사회 운동과 교육 사업에 큰 뜻을 품고 집안의 재산으로 그런 사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하고 민족 운동가의 가족을 돌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실생활은 구린내 나는 축첩과 노름, 그리고 술로 얼룩진 만신창이 난봉꾼이나 다름없다. 그는 자신이 보살피던 운동가의 딸인 홍경애와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고도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치는가 하면, 당대의 오입쟁이들이 출입하는 매당집에 드나들면서 나이 어린 여자들과 어울린다.
조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신세대의 인물이다. 그는 친구 김병화가 하는 사회주의 일에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기는 하지만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다. 김병화는 목사인 아버지와 사상 대립으로 가출해서 이곳저곳 떠돌면서 기식하는 형편이지만 자신의 뜻은 절대 굽히지 않는 반면,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정면충돌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세대를 달리하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기도 한다.
잠재되어 있던 조씨 가문의 불화와 암투가 정면에 드러난 것은 조부의 임종을 앞두고 생긴 재산 분배 과정에서였다. 조의관의 후취인 수원집과 최 참봉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유서 변조를 계획하고 조의관을 독살한다. 사인이 비소 중독으로 판명되자 조상훈은 더 명확한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에 흐지부지된다. 그러나 손자 조덕기가 나타나는 바람에 수원집 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재산 관리권은 덕기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조상훈은 금고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한편 상훈에게 농락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후 버림받았던 홍경애 술집 여급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지만 독립 운동가인 이우삼과 연계를 가지면서 그를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홍경애는 과거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애쓴다. 그녀는 김병화와 자주 만나는 사이에 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고, 조그마한 잡화상을 경영하며 경찰의 눈을 속인다.
그러던 중 이우삼이 국내를 다녀간 뒤 서울에서는 대대적인 검거 바람이 불어 닥쳐 비밀 조직 일파는 물론, 가게를 운영하며 경찰의 눈을 피해 있던 병화와 경애도 검거된다. 그리고 조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대 주었다는 혐의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진행자 비밀 결사의 장훈은 비밀 유지를 위해 코카인으로 음독자살을 하고, 이 때문에 조사가 미궁에 빠지자 연행되거나 검거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풀려난다.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금고와 문서를 훔쳐 냈던 상훈도 결국 풀려난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느끼면서 이제 자신의 어깨 위에 얹힌 조 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며 망연해한다.

인물의 성격

<삼대>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통해 당대의 세태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 조의관 : 조선 말기 / 유교적, 보수적
  • 조상훈 : 개화기 / 기독교적, 위선적
  • 조덕기 : 일제 강점기 / 근대적, 우유부단함

<삼대>에서는 조 의관을 중심으로 하는 봉건주의적 인물군, ‘조상훈을 중심으로 하는 신문물과 기독교적 사상을 가진 인물군, ‘김병화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적 성향의 인물군, ‘수원집을 중심으로 하는 속되고 타락한 인물군이 갈등을 야기한다. 작품은 이들과 이들의 갈등을 중재하는 조덕기의 모습을 통해 당대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갈등, 세태를 치밀하게 보여 준다.

조 의관조상훈이 갈등하는 것은 사당으로 상징되는 제사 문제 때문이다. 중인 출신의 고루한 구세대는 조 의관은 가문과 제사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지만, 개화한 기독교 의식의 소유자인 아들 조상훈이 그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 의관은 손자 조덕기에게 신뢰와 애정을 부여하면서 상속권까지 주고, 이 상속권을 되찾고자 하는 조상훈때문에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한다. 이처럼 <삼대>는 표제 그대로 삼대에 걸친 인물들의 갈등을 중심으로 서사 구조가 펼쳐진다.

사회 · 문화적 상황

조 의관이 많은 돈을 들여가며 양반과 족보를 사고 그것에 집착하는 것은 봉건적 가치관 때문이다. 반면 조상훈이 교육 사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근대화된 개화사상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염상섭은 이들 부자의 가치관 차이를 통해 당대 사회의 한 갈등 양식을 보여 준다. 또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에 대한 두 사람의 집착을 형상화함으로써 당시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특성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1920년대의 족보의 가치

<삼대>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는 이미 봉건적 신분 제도가 폐지되긴 했지만 여전히 족보가 성행하고 있었다. 족보는 당시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문벌을 상징하는 중요한 가치를 가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반이 아니었던 사람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족보를 사거나 위조하여 문벌을 꾸미는 일이 많았다.

자본주의적 가치관 - ‘의 문제

<삼대>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재산 상속 문제, 즉 돈의 문제이다. 이는 곧 염상섭이 근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자본에 있다고 보고, 새로운 세대의 핵심을 돈의 문제로 인식했음을 의미한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은 자본주의적 의식이 태동하던 시기로, 가문이나 계급을 중시하던 봉건적 가치관 대신 경제적 부()가 삶의 큰 의미로 자리 잡기 시작한 때이다. <삼대>에서는 조 의관의 열쇠 꾸러미를 둘러싸고 상훈수원집일당이 싸움을 벌이는 면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극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수원집은 돈에 가장 집착하는, 물질주의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결말에 가서 덕기가 돈에 대해 성찰하는 부분에서는 조선 사회에 불던 자본주의 의식의 태동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후기 작품

염상섭의 해방 이후 소설들은 후기 작품으로 분류된다.

해방기에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갈등이 만연해 있었고, 대다수의 문인들 역시 자신이 지지하는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문학을 정치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염상섭은 1920년대에 그랬듯, 이념에 지배되지 않는 중도적 입장을 취했다. 때문에 금전, 권력, 이데올로기와 같은 체계의 논리가 가족, 애정, 소시민적 윤리의식과 같은 데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작품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다.

염상섭은 6 · 25 전쟁 후에 들어 남녀평등 사상이 널리 퍼지고 있음에도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순적 상황을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 단편 소설들을 통해 가부장적 지배 질서 때문에 수난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두 파산>

1949(53) 발표한 단편 <두 파산>은 해방 후 경제적, 정신적 가치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두 파산>
정례 모친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30만 원을 빌려 문방구를 차린다. 그러나 돈이 모자라서 동경 유학 시절의 친구인 옥임에게 동업을 조건으로 10만 원을 빌리고, 문방구 운영이 어렵게 되자 교장 영감에게도 50만 원을 빌려 썼다. 그런데 옥임은 이익금으로 2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챙기고도 동업 자금을 빚으로 만들어 버리고, 교장 영감과 손을 잡고 문방구를 빼앗으려고 든다. 옥임은 자식과 호남의 젊은 남편이 있는 정례 모친을 질투하기도 했다.
어느 날 정례 모친에게 교장을 했던 영감이 이자를 받으러 와서 한 달 치를 받아 가면서, 김옥임의 빚 20만 원도 갚으라고 한다. 20만 원은 동업을 조건으로 옥임에게 빌린 돈 10만 원이 빚으로 둔갑한 것이다.
일주일 후 정례 모친은 정규장에서 옥임을 만나 창피를 당한다. 다음 날 옥임의 말을 듣고 온 교장 영감에게, 정례 모친은 자신은 물리적 파산자이고 옥임은 정신적 파산자라고 말한다.
두 달 후 교장 영감의 빚은 갚았지만, 석 달째 가서 결국 문방구의 주인은 이북에서 내려 온 교장의 딸로 바뀌고 만다. 이 일로 정례 모친은 몸져눕고, 남편은 옥임에게 사기를 쳐서 그 돈을 찾아주겠노라며 아내를 위로한다.

두 파산의 의미

<두 파산>의 핵심은 정례 모친김옥임으로 나뉘는 두 파산이다. 이는 정례 모친교장 영감에게 자신은 경제적 파산자이고 김옥임은 정신적 파산자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즉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물질적 파산, 그리고 인정이나 윤리와는 담을 쌓고 오직 돈만을 추구하는 정신적 파산을 대별하여 보여 주는 것이다.

인물 특성

염상섭은 정신적 파산과 물질적 파산 중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하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인물들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객관적으로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작 비판 받아야 할 대상은 파산한 두 인물이 아니라, 그들을 파산하게 만든 당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있음을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김옥임교장 영감의 입체적 성격에서 잘 나타난다.

  • ‘김옥임’ : ‘김옥임’은 본래 유복하게 자라 유학까지 다녀온 신여성으로, 젊었을 때에는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던 이상주의자요 자유분방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남편이 반민족 행위자로 지목되면서부터는 돈에 집착하기 시작하고, 종래에는 이 때문에 우정까지 버리는 몰인정한 성격으로 변한다. 결국 그녀의 ‘정신적 파산’의 원인은 인물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인물을 둘러싼 생활환경의 변화, 즉 당대 사회의 구조에서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 ‘교장 영감’ : ‘교장 영감’은 ‘정례 모친’에 대한 가해자인 동시에, ‘김옥임’과 ‘정례 모친’ 사이에서 자신의 탐욕을 위해 부정적 행동을 하는 매개자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교장 영감’ 역시 해방 전에는 시골 보통학교에서 교장을 하던 교육자였다. 그러나 해방 후에는 고리 대금업자로 살아가면서 돈만을 최고로 여긴다. 이러한 ‘교장 영감’은 해방 직후 가치관이 전도된 사회상을 반영한다.

<임종>

<두 파산>과 같이 1949(53) 발표한 <임종>은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가진 이기심과 속물적 성격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묘사한 단편이다. 한 인간이 죽기 직전에 심리 변화와 병자를 둘러싼 가족들의 심리를 그린 작품으로, 사실주의의 원리를 정확히 실천하여 아주 평범한 사건을 치밀히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임종>
병인은 병 때문에 다 죽은 몸으로 누워 있다. 그는 동생 명호가 오자마자, 의사가 없으면 약이라도 지어오지 그랬냐며 한탄한다. 그리고 명호더러 한의사를 꼭 불러오라고 한다. 오늘도 넘길 수 있을지 모르는 병자에게서 서운하다는 말을 들은 명호는, 남의 고통은 조금도 몰라주고 제 맘대로만 하는 병인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고 화가 난다. 그러나 형을 퇴원을 시키기 위해 우선 어린 아이 달래듯 달랜다. 그러나 병인은 퇴원은 무슨 퇴원, 약이라두 지어가지구 나가야지 이대루 나갔다가는 당장 숨이 막혀 죽어…….”, “전쟁이 끝났는데 약이 없어서 죽어? 돈이 없어서 죽지.”라고 한탄하면서 주사도 안 맞고 집안 식구들을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러나 가족들은 집에서 운명을 시켜야 초상을 치르기가 편하기 때문에 퇴원을 서두르는 것이다.
병인은 아이들 교육 문제며 죽으면 화장하라는 등의 유언을 한다. 그러면서도 C가 와서 XX재단을 만들어 부회장이나 이사로라도 모시고 싶다고 하자 기력을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라고 하자 명호는 형님이 원체 기력이 좋으시니까 한약을 제 곬을 찾아서 잘 쓰기만 하면 염려 없다.”고 꾸며서 말한다. 이에 병인은 더욱 희망을 가지고 한약을 지어오라고 한다.
병인의 마지막 소원이라도 풀어주려는 생각에 명호는 한약 세 첩을 지어 와서 형을 퇴원시킨다. 결국 병인은 죽고 장사를 무사히 마친다. 사람들은 각자의 일터로 돌아간다.

<임종>은 인간이 죽음에 직면하면 삶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인다는 것, 그리고 병에 들면 가족들까지도 귀찮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죽음이란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전환의 순간이다. 그러나 염상섭은 죽음의 순간을 극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한 개인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서술하고자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는 치유 가망이 없기 때문에 병원으로부터 퇴원하라는 권유를 받지만, 한약을 지어오지 않으면 퇴원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주인공의 이러한 행위는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음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려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는 여러 인물들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을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부인과 동생 명호를 불신하면서 회생의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장례비와 장례절차를 유언으로 남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재단의 이사직을 맡아달라는 청년의 권유에 새로운 희망을 갖기도 하는 것은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개인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이익 관계 등을 묘파한 <임종>은 죽음을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형상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죽음을 통해 어떻게 자기완성에 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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