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30개나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곳은 바로 그 세계문화유산 사이사이에 있는 먹자골목들이란다. 일명 '육포거리', '쿠키거리', '오뎅골목'.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주변에 몰려 있다.
지도상에서는 아래와 같다.
성 바울 성당, 로우 카우 맨션, 세나두 광장이 이 먹자골목들을 마치 보호하듯 둘러싼 형상이다. 그러니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사실 지도를 만들 땐 엄청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다 허사다. 막상 현장에 가 보면 사람이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엄청나게 많고 정신이 없다. 그래서 여기서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하는 생각만 든다.
내가 웬만하면 여행지에서 길이나 방향 안 잃어버리는데, 여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왜냐 하면,
그나마 사람 적은 뒷골목도 이 정도이기 때문.....
아, 다시 봐도 정신이 하나도 없네.
대신 먹자거리인 만큼 각종 시식 코너가 즐비하다. 눈치 안 보고 막 집어먹어도 된다. 원래 길거리 음식은 위생 때문에 한국에서도 안 먹는데 왠지 땡겼다. 회전률이 미친 듯이 빨라서 계속 시식 음식을 새로 채우니 조금이라도 깨끗하지 않을까 하고 내맘속 핑계를 살짝 대 본다.
나는 요런 고소한 쿠키류가 맛있더라.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육포였다.
육포 파는 가게가 굉장히 많고, 가격도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할 것 없이 온갖 고기로 육포를 만들어 판다. 내 입맛에는 소고기 육포보다 돼지고기 육포가 2.78배 정도 더 맛있었다.
시식코너도 엄청 많고, 아무 가게에나 가서 '시식하고 싶다'는 표정을 지으며 검지손가락으로 내 입술 한 번 눌렀다가 육포를 가리키면(ㅋㅋㅋㅋㅋㅋㅋ) 턱 하니 가위로 잘라 주니까 많이 먹어볼 수 있다. 그냥 가서 서서 물끄러미 바라만 봐도 촵촵 잘라 준다. 배 터짐. 육포 좀 사서 저녁에도 먹고 다음날에도 먹고 다다음날에도 먹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 육포는 한국에 사올 수 없다. 사갈 생각을 하고 잔뜩 샀다가 걸리면 낭패다. 내 지인은 육포를 사 오다가 검역에 걸려서 온몸 소독하고(...) 겨우 입국했다고 한다.
- 잘게 잘라서 하나씩 개별 비닐 포장해 둔 육포는 사면 안 된다. 마카오 현지에서 가이드 하는 지인이 말해준 건데, 그런 육포는 품질이 낮고 딱딱해서 맛이 없단다.
요렇게 야들야들하게 생긴 애들이 돼지고기 육포다. 소고기보다 싸고 맛있다. 사진으로 보니 꼭 돼지껍데기 같네... 그치만 훨씬 부드럽다는 거.
디자이너 편집 샵도 있다. 팬더를 테마로 했나 보다.
이름은 마카오 크리에이티브 파빌리온(Macau Creative Pavilion). 마카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상품화해 파는 곳이라고 한다. 요새 핫하다고.
살까 말까 한참 고민했던 인형. 결국 안 샀다. 난 쓸데없이 짐 늘리는 초보 여행러가 아니니까.
이것도 맛났다. 아몬드 가루로 만든 쿠키인 듯.
아몬드가루 쿠키류가 아주 많다.
조금씩 메인골목 진입.
보이는가, 이 사람들.... 얼굴 모자이크 하는 것조차 빡셀 만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사람 좀 피하려면 가게에 들어가 보자.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가게에서는 한창 아몬드 쿠키를 모양틀에 찍어내는 중.
이건 시식할 수 없다, 아직 안 구웠으니까. 다른 가게에서 같은 거 먹어봤는데 너무 퍽퍽해서 목 멤...
저 멀리 성 바울 성당이 보인다.
여기가 제일 핫 스팟이다. 즉, 사람 제일 많다. 지금까지의 인산인해는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었다. 여기가 찐이다.
아니 대체 이 사람들 다 어디 있다가 온 거지..
성 바울 성당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그냥 포기. 저 인파를 뚫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육포 사러 돌아다닌다. 이집은 육포 파는 집이고 가격이 싸서 사람 많았는데, 비닐에 포장해서 팔기에 안 샀다.
여기는 그 유명한 육포 전문점 '비첸향'.
값이 비싸지만 그만큼 더 맛있긴 하더라. 하, 비첸향...
아..... 사람에 지쳐 간다.
핫하다는 고기빵도 사 먹어 봤는데
뭐야... 맛없잖아....ㅠㅠ 두 입 먹고 버림. 맛있다며!!
제일 맛있었던 건 오뎅골목의 오뎅이었다.
이렇게 종류들이 있고, 이거이거 달라고 고르면 익혀서 그릇에 담아 준다.
물론 여기도 사람이 엄청 많다.
이건 돼지껍데기인 듯....
오뎅뿐만 아니라 해물이나 채소류도 많다.
크래미 같은 것도 많고.
나는 치즈오뎅 세 개 꽂힌 꼬치 하나 선택.
아 이거 정말 맛있었는데.... 값은 우리 돈으로 한 1,000원 했던 것 같다.
오뎅 먹었으니 후식 먹어야지 하고 들른 레몬첼로(Lemon Cello). 이름에서 이탈리아 냄새 뿜뿜하듯, 젤라또 전문점이다.
케이크류도 파는 것 같다.
진짜 다 먹고 싶어서 고민 많이 했는데, 그냥 대표 메뉴인 '레몬첼로' 맛으로 골랐다. 난 레몬 맛을 좋아하니까.
근데 그냥 평범 이하의 레몬 샤베트 맛. 딴 거 먹을 걸.
레몬첼로를 끝으로 한적한 곳으로 정신없이 사람들을 헤치고 나왔다.
뭔가.... 설날에 중국 기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 자기는 태어나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기억이 바티칸이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아마 이곳은 바티칸 이상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약 3개월 후 바티칸에 가 본 나는 그 느낌이 틀리기 않았음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
그래도 육포와 오뎅은 참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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