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의 증명책임
대법원 2021. 4. 8. 선고 2021도1500 판결
판결요지
여성 근로자로 하여금 생리휴가를 청구하면서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여성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하여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심 판결의 판단
1)
'생리휴가'라는 문언의 사전적 의미 및 제도의 취지, 병가 등 특정 목적이 정해진 휴가는 그 사유 발생 전이나 그 사유가 해소된 이후에는 쓸 수 없는데, 생리휴가만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생리휴가는 휴가일에 여성 근로자의 생리현상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슷한 취지로 서울민사지방법원 1993. 5. 7. 선고 92427668 판결 참조).
그런데 여성 근로자로 하여금 생리휴가를 청구하면서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여성 근로자가 폐경, 자궁제거, 임신 등으로 인하여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여성의 생리현상이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며칠에 걸쳐서, 몸 상태에 따라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도 있고, 더욱이 그 기간이나 간격(주기)이 반드시 일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다거나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취지는 사용자가 생리휴가 미부여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죄로 공소 제기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한 경우, 사용자는 폐경, 자궁제거, 임신 등으로 해당 여성 근로자의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기초하여 해당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하였다는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며, 그러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생리휴가 청구를 거절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죄책을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던 해당 여성 근로자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소사실로 구체적으로 특정된 날과 관련하여 생리현상이 없었음에도 해당 생리휴가를 청구한 것이라거나 해당 휴가청구일에 생리현상이 있었는지까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자신은 일반적으로 생리현상과 무관하게 생리휴가를 청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스스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진술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에 대한 인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적고, 본인의 그러한 법정진술은 청구한 휴가일에 생리현상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해당 근로자의 법정진술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증거 없이 해당 생리휴가 청구 거절에 관하여 사용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의 그러한 진술에도 불구하고 그 생리휴가 청구가 생리현상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을 검사가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의 경우,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중 유죄 부분 기재와 같이 15명의 여성 근로자에게 총 138회에 걸쳐 생리휴가청구를 거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려 있다거나 생리휴가 청구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게다가 피고인 회사에서 같은 근로자가 같은 달에 다수의 생리휴가를 청구한 것은, 피고인 회사의 상당히 낮은 생리휴가 부여비율, 부여 여부에 관하여 미리 정해진 기준이 없이 비행일정 관리 담당자의 그때그때의 판단과 재량에 따라 부여 여부가 결정되었던 상황, 근로자들 사이에서 선착순으로 휴가가 부여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비행일정이 나오면 휴가일 60일 전부터 휴가 신청이 가능하였던 점 등 피고인 회사의 사건 당시 생리휴가 청구시스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보인다).
또한, 변호인은 여성 근로자가 피고인 회사의 생리휴가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은 경우(예를 들어 '감기', '개인사정' 등이라고 기재한 경우) 그 휴가 청구는 생리현상이 없는 생리휴가 청구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정들을 알 수 있다. 피고인 회사는 여성 근로자가 휴가의 종류로 '생리휴가'를 선택(생리휴가 코드를 선택)한 이후 청구사유란에 추가로 원하는 내용을 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성 근로자들이 휴가의 종류로 생리휴가를 선택하여 청구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를 적었든, 다른 사유를 적었든, 공란으로 두었든 모두 생리휴가를 청구한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하다. 피고인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그 사유란에 반드시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여야만 생리를 전제로 한 휴가라고 사전에 공지한 적도 없고, 근로자들이 그와 같이 인식하고 있지도 않았다. 피고인 회사에서는 모든 생리휴가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전제로 해당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남들보다 우선하여 받아야 하는 추가적인 사유를 적는 곳으로 생리휴가 청구 사유란을 활용하여 왔다(그리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것이 근로자들과의 사전 협의에 따른 것이 아닌 이상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예외 없이 무조건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 생리휴가의 청구에 사유란을 두는 시스템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만약 변호인 주장대로라면 여성 근로자들이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았는데도 휴가를 부여한 경우 이를 무급인 생리휴가로 처리하지 않고 유급휴가로 처리하였어야 함에도, 피고인 회사는 칭구사유란의 내용에 관계없이 휴가코드가 생리휴가인 경우 모두 무급휴가로 처리하였고, 이는 변호인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행동이다. 따라서 이 사건 여성 근로자들이 생리휴가 청구사유란에 '생리휴가'라고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한 비교적 명백한 정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판시 범죄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있으므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 14. 선고 2019노2151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0. 8. 선고 2017고정1337 판결
판결선고
2021. 4. 8.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생리현상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성립 및 죄수, 정당행위 및 의무의 충돌, 기대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모순의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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