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정말 많다.
내 생애 이렇게 한국사람 많은 외국은 처음이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건만, 어딜 가나 한국말이 들리고 줄을 서면 내 앞 또는 내 뒤에 꼭 한국인이 있었다. 세상에. 여기가 파리인가 서울인가..
참, 스트라스부르에서는 한국인을 거의 못 봤다.
프랑스어 하나도 못해도 상관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고 발음도 대부분 괜찮다. 영어만 할 줄 알면 프랑스어 하나도 못해도 아무 상관 없다.
특히 경찰과 관광지 직원의 영어 실력은 거의 네이티브 수준이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잘생기디 잘생기고 젊디 젊은 경찰관과 농담 따먹기 하며 깔깔댈 때의 그 행복감이란.
다만 간혹 미국식 발음과 다소 거리가 있어서 때에 따라서는 "Sorry?"를 입에 달고 살기도.
공항 오갈 때는 웬만하면 택시를 타자
공항에서 택시 타는 곳으로 가면 파리시내까지 정액 요금으로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센 강을 중심으로 북쪽이면 50유로, 남쪽이면 55유로이다.
우선 택시 호객꾼이 있으면 가격을 물어보고 "미터기대로 간다"고 하는 택시 말고 "정액제다" 하는 택시를 타면 된다.
파리 지하철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택시를 타는 게 심신을 위해 낫다.
다시 공항에 갈 때는 호텔에 사설 밴(VAN) 택시가 연게돼 있는지 물어보자.
우린 옆에 있는 다른 외국인들이 예약하는 걸 보고 덩달아 같이 예약해서 탔는데, 인당 18유로면 터미널까지 태워다 준다.
다른 호텔에서 다른 손님들도 픽업하기 때문에 한두 시간 정도는 원하는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사도 친절하고 다른 관광객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유심 잘 터진다.
유럽 다니면서 이렇게 유심 잘 터진 곳은 처음이다.
그냥 인터넷에서 파는 3G 유심 중 '3' 유심(쓰리 유심) 사 갔는데 지상에서는 다 잘 터졌다.
물론 지하철에서는 잘 안 터진다.
빵 맛있다.
프랑스 가면 길거리 아무데서나 아무 빵이나 사 먹어도 다 맛있다는 소문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특히 크로아상 같은 기본 빵 종류가 참 맛있었다. 아무거나 골라도 기본은 한다.
그리고 Angelina(앙헬리나)에 가면 꼭 밀푀유를 사 먹어야 한다. 가급적 두 개를 사라. 하나만 사면 나중에 후회한다. 다만 몽블랑이랑 마롱 크림은 내 입에 너무 달고 별로였다. 앙헬리나 빵이 대체로 많이 단 편인 것 같다는 게 내 결론.
라뒤레 마카롱은 다른 나라들에서 몇 번 먹어 봐서인지 별 감흥이 없었다. 요새는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마카롱을 많이 파니까. 그래도 먹고 싶다면 귀국할 때 샤를드골 공항 입국심사장 들어가기 전에 쪼그만 가게 있으니 거기서 사먹으며 파리와 안녕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고기 맛없다.
맛없다기보다는, 아니 맛없는 게 맞구나. 아무튼 역시 유럽은 생선 요리가 나은 것 같다.
에스카르고(달팽이)나 푸아그라(거위나 오리 간)는 괜찮았는데 스테이크는 단 한 번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꼭 스테이크를 시키려거는 레어로 구워 달라고 하길. 미디움레어 달라고 하는데 왜 자꾸 웰던급으로 주는 거지... 퍽퍽함에 정신까지 퍽퍽해짐.
음식 양이 많다.
스테이크 시키면 거의 다 감자튀김을 수북하게 같이 준다. 감자로 배채우라는 뜻으로 알기엔 고기양도 많은 걸...? 혈관아 그 동안 즐거웠다...
종합적으로 보건대, 프랑스 사람들이 아무래도 위가 큰 것 같다. 식당에서 밥 먹다가 친구가 "솜글아, 쟤네 좀 봐..." 하기에 옆테이블을 보니 중고생 여자애 너댓이 앉아서 1인 1피자 하고 있더라. 얇은 씬피자도 아니고 진짜 두툼한 고칼로리 초뚱뚱 피자를... 심지어 단 한 명도 단 한 조각도 안 남기는 걸 보고 진심으로 경악했다.
어디 가서 먹는 양으로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역시 사람은 자만해선 안 된다.
음식 간은 괜찮다.
전반적으로 유럽 치고 간이 세지 않은 편이다.
식당 정찬은 3 코스가 기본이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Entrée(엉뜨헤/에피타이저)-Plat(플라/메인)-Desset(디저트) 3 코스가 기본이다.
식당마다 이 3 코스에 지정된 음식들을 구성해 놓고 그 안에서 선택 가능하게 해 두는데 이걸 'MENU'라고 부른다.
(그래서 '메뉴 있니?' 하고 물어보면 저렇게 '오늘의 코스' 표를 갖다 준다.)
문제는 양도 양이지만, 이거 다 먹다가는 두어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려서 일정에 자꾸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2코스를 고르는 게 좋다.
보통 2코스면 '엉뜨헤-플라'(전채+본식) 또는 '플라-디저트' 중 고르게 되어 있으니 구성을 보고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낫겠다.
참고로 내 기준에 제일 괜찮았던 식당은 Pasco(점심코스 먹음)와 7 eme vin(저녁코스 먹음)이었다. 값은 보통.
둘 다 전날에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갔고, 특히 Pasco의 생선 요리와 푸아그라 강추. 디저트 중 이름이 Pasco 어쩌구인 것 있는데 이것도 핵꿀맛이었다.(아래 사진 참고)
푸아그라는 MENU로 시킬 수 없는 것이어서 별도 추가한 것이다.
식당 팁 필요 없다.
내키면 팁을 줘도 되지만 대개는 팁 안 줘도 된다.
사람 미어터진다.
그래도 비수기라는 겨울 끝무렵에 갔음에도 사람이 미어터진다.
대체 성수기에 오면 어떻게 된다는 건지 가늠조차 안 될 지경이다. 특히 루브르에서 니케 여신 상 앞에 가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베르사유 궁전 앞의 입장 대기 줄은 상상을 초월한다.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줄을 서며 세상에 이보다 긴 줄은 도저히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단, 나는 부킹닷컴에서 지니어스 멤버에게 준 스페셜 베네핏 덕분에 줄 없이 입장했다. 그 행복감이란. 만세.
파리 북역은 생각보다 그리 위험하지 않다.
파리 북역이 정말 위험한 곳이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다. 밤늦은 시간에도 전혀 위험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냥 지하철역 느낌.
물론 그렇다고 "나 건드려 봐라 하하!!" 하면서 일부러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지는 말자.
소매치기는 어디에...?
로마보다 소매치기가 몇 배는 많다고 다들 한 목소리로 강조하기에 정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다녔는데, 뜻밖에도 내 가방을 노린 사람이 없었다. 겨울이라 나름 시크하고 단정한 패션으로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파리에 소매치기가 많긴 한 걸까?;;;
노트르담 대성당 종탑에 가려면 꼭 어플 예약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는 다른 블로그 등에 자세히 설명이 돼 있으니 참고.
기타 여행을 마치며 든 생각
나는 파리에 다시 안 갈 것 같다. 아니, 가더라도 '일부러' 가진 않을 것 같다.
서유럽 자체에 좀 질린 것일 수도 있겠으만 아무튼 회색빛 도시 파리는 내 생각보다 좀 많이 별로인 곳이었다.
2월이라 날씨 때문인가 싶기도 한데... 아무튼 여러 차례 되짚어 생각해 본 결과 그냥 파리 자체가 나와 안 맞는 것 같다.
요컨대 '뉴욕의 더러움과 바티칸의 사람 많음과 유럽 소도시의 불친절함을 섞어 놓은 곳'이랄까. 역시 스페인이 최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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