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었나.
동생에게 갈취한 낡은 명함케이스를 활용해서 포켓 팔레트를 만들어 봤다. 가로세로 약 11X9cm 정도, 두께는 4mm이다.
이리 작은 팔레트에 무려 22색을 넣다 보니 양이 적긴 하지만, 열흘 남짓 여행에서는 틈틈이 그림을 그려도 충분하다 못해 남는다.
흰색 프레임은 포맥스를 3mm 폭으로 커팅해 강력접착제로 붙여서 만든 것인데,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지만 사실 한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음).
미국에서 이런 식으로 아이섀도우 제작용 철 엠티 팬으로 포켓 파레트를 구성해 파는 사람이 있는데, 철 팬은 쓰다 보면 쉽게 녹이 슨다고 한다. 역시 플라스틱이 진리.
갖고 있던 미젤로 미션 골드클래스와 다니엘 스미스 물감들을 가져다 신중, 또 신중하게 골라서 짰다.
이건 엠티 팬이니 아니니 한 번 짜서 굳히면 교체가 안 되니까.
조색할 믹싱팔레트 부분은 이렇게 A4용지에 손코팅필름을 꾹꾹 눌러 붙여 만들었다.
교체하기도 쉽고 얼룩이 안 져서 좋은데, 역시 공간이 좀 좁긴 하다.

함께 갖고 다니는 것들. 왼쪽부터 에스꼬다(Escoda) 트래블 콜린스키 세이블 8호, 아트시크릿(Art Secret) 청설모 8호, 사쿠라 겔리롤 짧게 잘라낸 것, 워터브러쉬 배럴과 헤드, 유니볼 시그노 DX 0.28 짧게 잘라낸 것,
그리고 위의 포켓팔레트.

조그만 카메라 파우치 안에 얇은 부직포 원단으로 주머니를 바느질해 넣고, 재생 휴지와 물티슈 한 장을 넣어 다닌다.
나머지는 메인 공간에 넣는다.

A6 크기(약 10X15cm)의 하네뮬레 트래블북에 밀란 샤프 0.9mm짜리를 끼우면 휴대용 수채화 키트 끝. 가방에 매일 같이 넣어 다닌다.
하네뮬레 트래블북은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얇고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 참 좋다.
밀란 샤프는 심이 너무 얇아서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우개가 뒤꼭지에 달려 있고 리필도 가능하다 보니 지우개를 따로 안 챙겨도 된다는 장점에 올인해서 선택했다. 지우개 품질이 영 별로이긴 한데, 전반적인 만족도는 좀 더 써 봐야 알겠다.
참고용 색상표. 22색 중 분홍색 테두리 열네 색은 미젤로, 파랑 테두리 여덟 색은 다니엘 스미스이고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한 파랑이는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미젤로에서 나온 흡수패드이다. (미젤로 홍보대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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