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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부 URL 복사

몹쓸 사랑니 발치와 어금니 신경치료 기록 + 진료비·치료비·발치비 명세

2017. 8. 31. by 솜글

평생 치과란 곳을 가 본 적이 없었다. 

타고나길 건치로 태어난 데다 치과의 친구가 인정할 만큼 가지런한 치열을 자랑하고, 꼬박꼬박 정석대로 양치질과 치실도 잘해 왔으며

아래 사랑니들은 일찍부터 고르게 나서 이게 사랑니인 줄도 모르고 어금니인 줄 알고 살다가 어느 날 남들보다 어금니가 양쪽 하나씩 더 많다는 걸 알고서야 이게 사랑니란 걸 알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아, 난 그 아프고 돈 많이 든다는 치과는 안 다녀도 되는 운명인가 보다ㅡ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윗니 사랑니 두 개가 모두 나기 시작했는데, 어째 이녀석들은 안쪽으로 굽어서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두 놈이 점점 자라자 어금니와의 사이에 음식물이 끼기도 했다. 

왠지 치과는 죽어도 가고 싶지 않다는 (막연하고 멍청한) 생각이 들어 잇솔질을 거의 병적으로 했다.

당연히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올초부터 간헐적으로 왼쪽 사랑니 부근이 아프고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이 사랑니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17.03.13

회사 근처 치과들에 전화를 돌려 사랑니 발치 되냐고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개인병원(이라기엔 세 명 정도의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으로 찾아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역시나 위쪽 사랑니가 안쪽으로 나 있는데, 문제는 사진의 동그라미 부분처럼 이놈이 맨 끝 어금니를 거의 중앙까지 뚫어버린 게 아닌가. 와이씨.

이러니 안 아플 수가 있나... 

바로 발치를 하려고 했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지혈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다고 하자 쌤이 출혈 위험에 대비해 대학병원에 가서 뽑고 오면 어금니 신경치료를 들어가겠다고 했다.

[개인병원] 엑스레이 촬영료 및 진료비 10,900원 수납.

2017.03.14

치과대학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으니 사랑니를 발치해야 한다고, 다시 사랑니 부분만 확대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해서 또 찍었다(아니 근데 제가 사랑니 뽑으러 왔다고 했잖아요... 처음부터 엑스레이 두 개 다 같이 찍으라고 좀 해 주지...). 그리고 발치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젊은 레지던트 선생님은 <뚫린 어금니를 도저히 살릴 수 없으니 함께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라>고 했다.

네...?? 나니??? 난데쓰까? 삼십대 초반이고 건치의 대명사인데 임플란트라뇨??

치과를 다녀본 적은 없어도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라는 어깨너머 상식은 있던 참이라 나는 가능하면 뽑기 싫다고 하니, 신경치료를 해 봐야 고생만 죽어라고 하지 결국 못 살릴 거란다.

3초 고민하다가, 선생님이라면 뽑으시겠냐고 하니 선뜻 대답을 못 하신다. 이건 또 뭔가요...

아무튼 사랑니 발치는 레지던트가 아닌 교수님이 해 주신다기에 여기서 발치하기로 하고, 어금니 발치 여부는 당일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날 갔던 개인병원에 전화를 걸어 

"대학병원에서는 어금니 발치하고 임플란트 하래요 엉엉. 어금니 뽑기 싫어요 으헝ㅠ" 하니까, 다음날로 간단한 진료상담 예약을 잡아 주었다.

[대학병원] 접수비 10,700원, 엑스레이 2회 촬영료 14,800원, 다음진료 접수비 10,300원 수납.
[약국] 사랑니 발치 당일에 먹고 와야 한다는 약제비 3,500원 수납.

2017.03.15

다시 개인병원으로 가서 선생님과 간단하게 진료상담을 했는데, 어렵긴 하지만 치료해 볼 수 있으니 사랑니만 뽑고 오라고 했다.

이 선생님은 내가 간 그 대학병원 대학의 치전원 출신인데, 거기서 어금니 뽑으랬다니까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네? 어느 교수님이 그러셨어요?" 하심. 신뢰 뿜뿜. 나는 앞으로 이 선생님에게 내 어금니를 맡기련다. 

[개인병원] 진료비 3,900원 수납.

2017.03.29

예약한 대로 치과대학병원에 가서 사랑니를 발치했다. 

환자를 친절하고 능숙하고 프로답고 편안하고 전문적인 애티튜드로 대하며 엄청난 실력 포쓰까지 뿜뿜 하는 모 선생님께서 

나도 모르게 "엥??? 이게 다 뽑은 거예요??"라고 했을 만큼 아무 느낌 없이 순식간에 쑥 발치해 주셨다. 

아파서 눈물이 난 게 아니라 감동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너무 행복해서 성함도 여쭤 보고 악수까지 청했다ㅋㅋㅋㅋㅋㅋㅋ.... 의사한테 악수를 청해 보다니. 

이분은, ('삐뚤게 난 사랑니 발치'라는 이름만 들어도 공포감 밀려오는 치료가 생애 첫 치과 치료였던) 나의 막연한 불신과 공포를 5분만에 없애주신 은인이시다. 하 누구라고 자랑하고 싶은데 못 써서 안타까움ㅠㅠ 의료법이 이상해... 

아무튼 이분 지론이 "아프지 않은 치아는 (썩었어도) 손 안 댄다"라고 하시더라. 같은 병원인데도 레지던트 샘이랑 참 다르시네요... 사랑합니다. 

[2020년 11월 업데이트] 이분 근황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보곤 하는데, 홍은동에 치과 개원하셨더라. 앞으로 치과 빡세게(!) 갈 일 있으면 멀어도 홍은동까지 갈 테다. 
[대학병원] 사랑니발치비용 5,800원 수납

2017.04.13

신경치료를 위해 개인병원을 찾아서 1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처음이라 윙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 이 깎는 냄새에 다소 충격받았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 31,300원 수납

2017.04.20

개인병원에서 2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 17,600원 수납

2017.04.25

개인병원에서 3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이전과 달리 꽤 아팠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 9,700원 수납
("신경치료는 갈수록 치료비가 적게 나오나 봐요?"라고 물었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2017.04.26

아침에 양치를 하는데 신경치료 중인 치아에 붙여 놓은 임시치아가 툭 떨어져 버렸다.

주워들고 집 앞 치과에 갔더니 바로 붙여줬다.

[집앞병원] 임시치아 붙이는 비용 4,000원

2017.05.04

개인병원에서 4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 7,200원

2017.05.08

개인병원에서 5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이날은 엄청 아팠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 9,700원

2017.05.15

개인병원에서 6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안 그래도 게으름지수 풀인 나는 끝이 안 보이는 치료에 너무 지치기 시작했다. 고생만 하고 치아는 못살릴 거라던 대학병원 레지던트 선생님의 말이 자꾸 생각났다. 

국외출장을 오랫동안 다녀올 예정이어서 임시치아를 좀 더 단단한 것으로 바꿔 붙였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 18,500원 수납(새 임시치아비용 포함)

2017.06.21

국외출장을 다녀와서 개인병원에서 7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출장 내내 임시치아가 떨어질까 봐 조심하고 딱딱한 건 입에 안 댔다. 만리타향에서 임시치아 들고 치과 찾아가서 안 통하는 외국어로 상황설명하는 일에 맞닥뜨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치료 상황을 번역해서 휴대폰에 메모해 가긴 했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 5,300원 수납

2017.07.13

자꾸 개인적인 일정이 생겨서 치료 예약을 미루고 미루다가 8차 신경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이제 끝났고(만세!!!!!!! 라이프 이즈 뷰티풀), 선생님은 예후가 생각보다 좋아서 금니를 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나도 어지간히 보철 재료에 대해 알아보고 물어보고 한 터라 금니를 하는 데 동의했다. 다른 걸 권했어도 금으로 해 달라고 했을 것이다. 제일 안쪽 어금니라 겉에서 잘 안 보이기도 하고. 

견적을 받았는데 대규모 쇼부(!)에 실패하고 약간의 네고만 해서 45만원에 하기로 했다. 

[개인병원] 신경치료비+본뜬임시치아비용 100,000원(금니비용에서 절삭) 수납

2017.08.25

드디어 금니 본을 떴다.

그런데 잇몸 다듬고 벌리고 본을 뜨느라 고생을 좀 했다. 남은 치아가 잇몸 안쪽에 요만큼만 있고 잇몸 밖에서 보면 흰색이 안 보이는 수준이니까. 

잇몸을 계속 건드리며 다듬다 보니 피가 멎을 새가 없었다. 지혈제 물고 본 뜨다가 다시 지혈제 물다가 본 뜨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겨우 본을 떴다. 정말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30분쯤 걸릴 거라던 본뜨기는 두 시간이나 걸렸다. 남들은 10분만에 뜨기도 한다던데. 하... 본을 다 뜨고 일어나니 머리가 핑 돌아서 잠시 보행 불가 상태였. 

[개인병원] 어금니 금니 가격 미결제비용 350,000원 수납

2017.08.30

점심시간을 이용해 개인병원으로 가서, 금니와 맞물리게 될 쪽의 아래쪽 사랑니를 발치했다. 

선생님이 출혈이 그리 심한 것 같지 않으니 한 번 뽑아 보시겠다기에 그냥 개인병원에서 뽑았고, 혹시 몰라서 비급여 항목인 만 원짜리 지혈제를 추가했다.

 

아래쪽 사랑니 발치는 엄청 아프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너무 긴장했고, 마취되길 기다리는 동안 손발이 덜덜 떨렸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눈에 보일만큼 떨림. 난생 처음 하는 손떨림 시각화 경험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아프지 않게 잘 뽑혔다. 뭐지? 사랑니 발치는 진짜 하나도 안 아프네...? 조금 붓긴 했는데 원래 볼이 통통해서 (내눈에만) 별로 티 안 나는 데다 찜질의 효과는 역시 위대해서 괜찮았다. 

병원에서는 다음날 소독하러 오라고 했는데 불필요하다고 생각됐고 출장도 잡혀 있어서 문제 없으면 안 하겠다고 했다.

 

회사로 복귀해서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2시간 동안 거즈를 꼭 물고 있다가 3시쯤에 뺀 다음 가글 한 번을 하고 아이스커피를 홀짝홀짝 마셨는데 괜찮은 것 같았다. 

나는 공공기관 인사채용 담당인데, 이때 금번 인턴채용 합격자들에게 합격 소식을 빨리 알리고 싶은 나머지 마취 덜 풀려 구안와사 뺨치게 돌아간 채 마비된 입으로 침 질질 흘리며 전화를 하는 투지를 불태웠다.

네 시쯤 돼서는 미리 사 두었던 치즈케이크를 먹고(!) 여섯 시쯤 회사에서 왕만두 두 개를 먹고(??), 퇴근 후 집에 가서 삼겹살에 청양고추랑 쌈장 넣어 상추쌈을 맛있게 싸 먹었다(!!???). 낮에 내내 너무 긴장했는지 초저녁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에 배고파서 깨서 냉이된장국에 장조림을 차려 놓고 주섬주섬 밥을 한 끼 더 챙겨먹었다.

나는 정말 통증에 둔감하고 회복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개인병원] 사랑니 발치비용 20,300원(비급여 지혈제 10,000원 포함) 수납(대학병원에서는 접수비 포함 16,100원(지혈제는 안 함)이었음)
[약국] 항생제 위주의 약제비 3,300원(그런데 까먹어서 아직 하나도 못 먹음... 지금 생각남...)

2017.08.31

아래 사랑니 발치 후 34시간 가량 지났다. 물론 아직 욱씬거리는 느낌은 있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고 먹고 싶은 것 다 잘 먹고 있다.

이제 다음주에 금니만 붙이면 장장 6개월 넘게 걸린 치료 과정이 모두 끝난다.

그리고 반대쪽도 똑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다.

아... 힘들다. 임플란트를 해도 이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어금니 살렸으니 나 자신 칭찬해. 

'사랑니 두 개 발치 + 뚫린 어금니 한 개 회생' 총 소요비용

대학병원 : 41,600원(엑스레이 2회 촬영, 진료상담 과별로 총 2회, 사랑니 발치 1개)
개인병원 : 588,400원(금니 45만원, 신경치료 8회, 단순상담 1회, 사랑니 발치 1회, 엑스레이 1회 촬영)
약국 : 10,000원 미만
= 교통비 포함 총 약 70만원 소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글입니다. 다른 곳으로 복제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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