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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부 URL 복사

1981년 군대의 낭만 - 이기자 부대의 그때 그 얼굴

2015. 5. 3. by 솜글

지난번에 회사 처장님의 군 시절 추억록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추억록을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아니, 읽었다기보다는 상상했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병영 생활에 그을려 새까매진 손에 저마다 색연필과 파스텔, 사인펜과 볼펜을 쥐고 이불 속을 파고들며 한 쪽 한 쪽을 채운 소대원들의 모습은 노트 한 권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저 머릿속에 그려볼 뿐이다.
아들 낳거든 현역 입대시키지 말고 방위 보내라던 재치 만점 편지는 어떤 사람의 글일까? 면마다 고운 그림을 그린 병사는 체구 작고 여린 소년 같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솜씨와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의 남자였을까? 별명이 ‘걸레’라던 후임은 얼굴이 걸레 같이 생긴 걸까? 명필 뺨치는 글씨를 뽐낸 임 병장은 혹 추사나 왕희지의 초상처럼 얄팍한 눈매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상상하는 것을 참 좋아하지만 상상한 것을 확인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마음을 아신 건지 우연인 건지, 처장님께서 추억록보다 더 두꺼운 물건을 또 가져오셨다. 들고 오기에는 너무 무거웠을 듯한 그 한 권의 정체는 바로 전우가 처장님의 군 시절 사진을 모아 편집해 선물해 주었다는 앨범이었다. 역시나 혼자 보기 아까운 34년 전 사진들을 소개한다.


1981년의 처장님. 지금보다 테가 두꺼운 안경을 끼고 계신다.

십여 년 전 가까운 친구가 이기자 부대 출신이라 휴가 때 군복에서 마크를 본 적이 있는데, 앨범 속 마크와 똑같았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부대 마크는 단순하게 디자인되거나 동물이 그려져 있거나 한데, 너무 정직하게 ‘이기자’라고 쓰여 있다며 투덜대던 기억이 난다.

존함은 모자이크. 처장님이 아니라 나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3년이 이처럼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째 사진 속 모습도 즐거워 보이시지는 않는다.

페이지마다 사진을 그냥 끼워 넣지 않고 이렇게 일일이 색지를 오려 붙인 다음 사진을 넣고 주변을 펜으로 예쁘게 꾸며 놓았다.

위 페이지에서 테두리를 꾸민 빨강 파랑 동그란 무늬는 아래 사진처럼, 아마 수성사인펜 심지를 빼서 콕콕 찍은 것 같다. 나도 어릴 때 이렇게 편지를 꾸미곤 했는데, 설마 같은 세대....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각양각생 석 장의 사진들.

가운데의 작업장 사진은 후덜덜하다. 저 삽으로 사람이라도 묻어버릴 것 같은 포스.... 몸들은 또 어찌나 건장들 하신지.
소녀 같은 추억록을 이 아가씨들 아니 아저씨들이 썼다니, 헐.


각양각생 석 장의 사진들 2.

힘든 군대에도 맥주 회식이 있었구나.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색종이와 반짝이 모르로 성탄 분위기도 냈던 모양이다.


셋이 찍은 사진 석 장을 넣은 페이지에는 ‘three! 셋!! 삼!!!’ㅋㅋㅋㅋㅋ


전우들의 독사진들만 넣은 페이지들도 있다.

이름보다 별명을 먼저 적었다. ‘조택기’의 별명은 ‘조새끼’ㅋㅋㅋㅋ
‘팽교’라는 별명을 가진 ‘신팽교’는 강원대 생물학도였던 모양이다.


기혼이었던 ‘안털보’씨는,

34년 후 내가 당신 아내의 이름이 ‘정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다.


둘이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둔 면들도 있다. 다 이름이 적혀 있다.

사진 찍은 포즈와 거리, 표정 등에 미루어 억측해 보건대 영술이와는 별로 안 친하고 창규랑은 엄청 친하셨던 모양이다.


‘김생빈’의 머리를 이발해 주는 표정이 범상치 않으시다. 남의 머리 망쳐 놓는 것 같은 느낌ㅋㅋ

심술보는 얼마나 심술을 부렸기에 이름 대신 ‘심술보’라고 적혔을까.


크리스마스 장식 스케일 보여주는 사진.

그래, 내가 추억록을 보고 상상한 모습은 바로 이런 아기자기한 장식 앞에 모여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진짜 ‘근무’하는 사진들도 있다. 수십 킬로그램쯤 됐을 완전군장, 5분대기하던 모습, 탄약고 입구까지.

나 이런 거 올렸다고 군법 위반으로 잡혀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호안의 탄약고’가 무슨 말일까 생각해 봤는데, 아마 ‘호’ 안, 그러니까 참호(구덩이) 안에 있는 탄약고를 말하는 것 같다.

지겨운 ‘칼’ 자식의 사진도 보인다. ‘칼’은 베트남에 파병 나갔다 돌아온 사람이었는데, 칼처럼 무서워서 별명이 ‘칼’이었다고 한다. 잠시나마 들은 ‘칼’의 일화들은 피가 낭자하는 남의 나라에서 군인들이 종종 저지른다는 만행들의 실상을 가늠케 했다.
국군의 월남에서의 범죄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도 반성할 말도 많지만, 아껴두었다가 따로 포스팅하는 걸로.


귀여운 사진들 발견

이런 옷을 ‘생활복’이라고 하나? 하늘색 똑같은 체육복을 입은 병사들은 꼭 중학생 같다. 상의를 벗고 삽을 든 사진과 같은 사람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순수한 어린 학생들.


즐거워 보이는 사진이 참 많다.

삽질(욕 아님)하는 사진을 찍은 사람은 엄청 고참이었겠지?


이기자 부대는 강원도에 있어서 겨울이 아주 추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겨울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추워 죽겠는데 사진 찍을 정신이 어디 있었을까.
또 당시 귀하던 '사진'을 찍히려면 짬이 좀 된 후여야 했을 테니, 여름에 전역한 처장님의 사진은 자연히 봄여름 사진 위주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단체사진들.

자세히 보면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하다.


날 잡아서 여럿이 꽃밭에 나가 찍은 사진들도 많다.

한 결 같이 빨간 꽃만 있는 것이 어쩐지 ‘전투지원중대’란 이름이랑 잘 어울린다.


‘런닝 바람’이라는 게 요즘만큼이나 특정한 의미를 지녔나 보다.

지금은 ‘대충 입은 채’ 정도의 뜻일 텐데, 저때도 그랬을까.
요즘은 대체로 소매 없는 흰색 속내복을 런닝 셔츠라고 하는데, 당시에는 소매가 있어도 런닝이라고 했나 보다. 요새였다면 저런 옷은 ‘반소매 흰 티셔츠’라고 하지 않을까.


아까 나왔던 ‘칼’과 ‘칼의 자식’ 또 등장.

‘칼’이라는 별명의 풀네임(?)은 ‘장(長)칼’이었다. ‘모살놈의 장카-ㄹ’이라는 걸 보니 중대에서 어지간히 무서운 이미지의 남자였던 모양이다. 아마 ‘모살’은 ‘謀殺’일 것이다. 요새는 별명을 줄임말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저때는 우리말 별명 못지않게 한자로 짓는 별명도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처장님의 주특기는 105mm(4.2인치) 대포!

여자인 데다 미필인 내게 저런 숫자는 무슨 암호 같다.


주특기인 4.2인치 포 제원들의 무게도 기록해 두셨다.

이런 메모 덕분에 34년이 지난 지금에도 1981년 당시 4.2인치 포의 포열이 70.1kg, 가늠자는 1.8kg였음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기록은 역사의 흐름과 문화의 계승, 지식 발전의 기본이다.


그 밖의, 영화 같은 사진들.


결혼해서 신랑 신부 사진을 끼우라고 빈 칸을 만들어 주는 센스!

왜 사진을 안 끼우신 걸까?


편집해 준 전우의 마지막 편지.

이분은 고등학교 때 처장님의 아버지께 배운 전우이다. 지난 포스팅('추억록' 편)에 보면 그가 쓴 편지를 볼 수 있다. 남다른 인연의 연속으로 연결된 만큼 우정이 더 깊으셨을 거다.
한자와 영어를 섞여 가며 편집 후기 써 둔 센스를 보니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군모 속에 눈을 감춘 이 로맨티스트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실까.

 

1981년 군대의 낭만 두 번째, 이기자 부대의 그때 그 얼굴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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