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하루 울산 여행에서 먹었던 것들을 정리해 본다. 참고로 나는 혼자 여행했다.
회야연 ★★★★★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산골 지역에서 먹은 것이다. 회야댐 쪽 '회야연'이라는 집인데,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꾸린 듯하다. 직접 키운 채소들로 채운 한 상이 정갈하고 맛있었고, 무엇보다 간이 세지 않아 좋았다.
1인당 15,000원짜리 정식이고 보쌈과 나물, 생선구이, 고추튀김과 가지튀김, 열무김치, 나물멸치조림, 마늘쫑, 오이냉국, 된장찌개, 쌈채소 등이 두루 나온다. 아무리 먹어도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고도 많았다. 사진은 3인상 차림이다. 참고로 오늘 포스팅하는 다른 음식들은 다 혼자 먹었는데, 연잎밥 정식만 딴 사람들이랑 함께 먹었다.
특히 이 고추튀김과 가지튀김이 정말 맛있었다. 쌈 싸 먹어도 어찌나 맛있던지.
연잎 안에는 콩, 단호박 등을 넣어 지은 밥이 들어 있었다.
고소하니 맛나다.
함양집 ★★★☆☆
이건 울산에서 잘나간다는 '함양집' 삼산동점에서 먹는 한우육회물회. 네이버에서 찾아 보니 아침 10시 오픈이라기에 10시 55분쯤 찾아갔는데, 11시에 오픈이라고 했다. 다행히 들여보내 줬는데 밥 먹는 내내 옆에서 직원들이 시끄럽게 밥을 차려 먹기 시작해서 느낌이 별로였다. 나는 손님 받는 테이블에서 영업시간 중에 직원들이 식사하는 것을 싫어한다. 손님도 불편하고 직원도 불편하고. "물 좀 더 주세요." 하기도 왠지 무안하지 않은가.
그리고... 물회에 육회가 든 것인 줄 알고 당연히 생선회도 들었겠거니 했는데 착각이었다. 그냥 물회에 회 대신 육회가 들어간 것이다.
반찬은 예쁜 그릇에 소박하니 잘 나오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애호박나물만 조금 집어먹었다.
말아먹으라고 소면도 준다. 물론 공기밥도 조금 내 준다.
육회는 나쁘지 않았다. 살짝 얼어 있었지만.
위에 뭐가 잔뜩 뿌려져 있어 걷어내니 고기 등장. 육회를 워낙 좋아해서 괜찮았고, 양도 섭섭하지 않았다.
대왕암공원 입구의 엔제리너스 커피 ★★★★☆
너무 덥고 지쳐 무작정 들어간 곳. 경치 좋고 직원도 친절하고 괜찮았다. 근데 엔제리너스가 이렇게 비쌌던가? 아이스아메리카노가 5,000원 가까이 했다. 그래도 이때 나는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으므로 잠시 앉아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대왕암 공원 안의 해녀집 ★☆☆☆☆
대왕암공원에 가면 해녀들이 검은색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해물모듬을 판다. 해삼, 멍게, 성게, 소라류가 대부분이다.
삼만 원이 기본이라기에 혼자인데 너무 비싸니 이만 원어치만 달랬더니 저렇게 준다. 찬물은 공짜인데, 재활용 병에 정체 모를 물을 담아 주기에 왠지 기분 나빠 마시기 싫었다.
맛은... 음... 나는 그저 그랬다. 싱싱한 것 같긴 한데 미지근해서 더운 날씨에 왠지 불안했고, 간이 정말 많이 짰다.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 별로 위생적이지도 않고. 소주 한 잔 함께 걸쳤으면 더 맛있으려나.
나는 성게소를 주지 않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한참 먹는 동안 해녀가 다른 손님들을 호객하며 "성게도 줄게 이리 와요~"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나는 성게 준다고 안 하더니.....?
그래서 나도 성게 먹고 싶다고, 먹을 줄 안다고 하니까 달랑 이만큼 덜어서 준다. 시골 인심은 개뿔...
대왕암 해녀 해물모듬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음식이었는데, 맛도 기분도 그저 그랬다. 비싸기만 하고.
윤연당 ★☆☆☆☆
크림치즈 고로케로 핫하다는 윤연당에도 들렀다.
울산시청쪽으로 가려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울산대공원 쪽에 있는 작은 분점으로 갔다. 고로케는 포장했다.
그런데 이 집, 아르바이트생인지 직원인지 몰라도 젊은(어린?) 여자 직원의 손님 응대 태도가 엉망이다. 40대쯤 돼 보이는 여직원은 친절한데, 20대 중반쯤 된 여직원이 영 불친절하다.
매대에서 고르고 구경 좀 하려 하니 "저희집은 여기 카운터에서 고르는 거예요.(퉁명)" 한다. 커피도 아니고 베이커리인데, 보지도 않고 어떻게 고르란 거지...
그래서 카운터로 가서 크림치즈 고로케 세 개 달라니까 "저희 지금 두 개밖에 없거든요?"란다. 다른 거 추천메뉴 있냐고 하니 한숨을 폭 쉬며 니가 뭘 모른다는 듯 "저희 원래 딴 게 더 잘 나가요."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 딴 게 뭐냐고 이 사람아... 바쁘면 바빠서 그런가 보다 이해라도 하지, 매장에 손님이라곤 달랑 나뿐이었거늘.
그래도 다리가 너무 아파 커피 하나 시켜서 좀 앉아 있다 나왔다. 나중에 먹어 보니 맛도 그저 그랬다.
음식점의 맛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 표준화된 이 시대에 저런 서비스로 어떻게 장사를 하나... 맛과 관계 없이, 다신 여긴 안 갈 테다.
짬뽕가 ★★★★★
너무 힘들고 지친 데다 물로 배를 채운 상태여서 들를까 말까 많이 망설였던 곳이다. 나름 맛있다고 하기에 꾸역꾸역 버스 타고 들렀는데, 결론을 먼저 말하면 안 먹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메뉴 가격은 가기 전 찾았던 것보다 다소 올라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오후 3시~5시인데, 운 좋게도 4시 50분에 도착했고 55분쯤 사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들어가기에 냉큼 따라 들어갔다.
먹고 싶었던 '중화비빔밥' 주문.
비주얼은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이거 정말 맛있다.
불맛 확 나고 그리 짜거나 맵지도 않은 것이, 진짜 허니맛이다.
사진 찍고 있으니 짬뽕국물도 갖다 준다. 아, 단무지와 양파는 많이 주기에 나 이렇게 안 먹으니 좀 덜어 달라고 한 거고 원래는 넉넉하게 준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이 한 그릇이 그렇게 감동적인 맛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새우, 오징어, 버섯, 고기, 부추, 양파, 콩나물, 조갯살 등이 제법 넉넉하게 들어 있다. 단언컨대 7,000원이라는 가격 이상의 맛과 재료다. 아, 또 먹고 싶다... 이거 정말 진짜 맛있다ㅠㅠ
함께 주는 짬뽕국물에도 작은 주꾸미 세 마리와 조갯살이 들어 있다. 짬뽕국물도 평타 이상 하지 싶은데, 중화비빔밥이 워낙 강렬해 머릿속에 남질 않았다.
나 이때 정말 배부른 상태였는데, 날 더워서 생수 500ml 세 통을 먹다가 들어간 곳이었건만 싹 비웠다. 배가 산만해 져서 나왔다. 여긴 가야 한다, 이건 먹어야 한다. 강추... 일하시는 아주머니도 엄청 친절하시다.
요기는 위치도 좀 표시해 줘야 겠다...
소복 ★★★★★
중심가의 '더테라스가든'이라는 건물(?)의 도로변 1층에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다. 가려던 건 아니었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이 땡겨 찾아간 곳이었다. 네이버 지도로 찾아 보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나오는데, 실제로는 도로변에 있어서 찾는 데 애 좀 먹었다.
5,200원짜리 기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미숫가루맛 은은하게 밴 아이스크림을 저렇게 소복하니 예쁘게 담아 주고, 옆에는 인절미 아이스볼과 떡, 고구마말랭이와 찐 단호박을 데코레이팅해 준다. 혼자인데 왜 스푼은 두 개 준 거니...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다 남학생들인데, 솜씨도 좋다. 안에는 호박씨 같은 견과류가 넉넉히 들어 있고 바닥엔 꿀도 있으니 싹싹 비벼 가며 먹으면 말 그대로 꿀맛이다. 무슨 아이스크림이 5천원씩이나 하나 했는데, 충분한 재료와 정성이 들어간 것 같다. 다만 건강한 맛은 아니다. 뭔가 공장스러운 재료를 쓴다.
하루 동안의 울산 먹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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