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동시에, 나도 누군가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직접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그렇다. 아름답다는 말은 문학작품이나 노랫말 속에서나 나온다. 멋진 풍경이나 자연 경치를 볼 때도 하고, 몇몇 유명인 중 선행을 베풀거나 대단한 업적을 가진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신문기사 같은 데서도 더러 쓴다. 가령 '프라하의 야경이 아름답다'라든지, '아름다운 김연아'라든지. 대상에 관계 없이, 입으로 직접 '아릅답다'고 말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 같다. 적어도 일상에서는.
국어학적으로 '아름답다'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학자들에 따라 이 말을 분석하는 방식이 너무도 달라서 어느 것이 더 옳다고 하기조차 난해하다. 어쨌든 현대에는 다음의 뜻으로 사전에 등재돼 있다.
1.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2.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요컨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 훌륭하고 갸륵한 것이 '아름답다'의 조건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름답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일상에서 그만큼 균형과 조화를 이룬 것, 훌륭하고 갸륵한 것을 찾기 어려움을 의미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아름답다'라는 말은, 어느 새부턴가 문어(文語)적 표현으로 굳어져 가는 중인 듯하다.
아무리 불꽃놀이가 대단해도 '찬란하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는 것처럼, '두루 댁내 평안십시오'라는 말은 연하장 카드에나 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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