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에 묶인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등.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은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 줄 쇠사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예는 어디까지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의 노예는, 자유인이 힘으로 정복해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됐다. 그들은 노예가 되더라도 결코 그 정신의 자유까지도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 혈통을 자랑하고 선조들이 구축한 문명의 위대함을 잊지 않은 채, 틈만 생기면 도망쳤다.
혹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노동으로 단련된 강인한 육체로 살찐 주인을 희생의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목에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심지어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
지난해 타계한 미국 사회운동가 겸 작가인 바라카(Amiri Baraka)가 1960년대에 남긴 말이라고 한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언젠가 남자인 친구가 삶의 무게에 힘들어 하며 "남자는 소리내어 울 공간이 없는 것 같다"고 하기에 "노예에겐 원래 울 시간도 권리도 없는 법이지."라고 답한 기억이 났다.
그 친구는 내게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무서운 사람은 정말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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