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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부 URL 복사

1981년 군대의 낭만

2015. 3. 16. by 솜글

아직 3월 초의 찬바람이 거세던 어느 날 점심시간, 처장님께서 슬며시 무언가를 보라며 건네셨다. 갈색의 폴리 껍데기 소재로 된 표지에 ‘KING’이라는 금박 글자가 박힌, 언제적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당시로서는 꽤 고급이었을 것 같은 노트 한 권이다.

 

이 노트의 정체는, 처장님께서 전역하실 적에 동료들이 저마다 한 쪽씩 남기고 싶은 말을 적어준 노트. 일명 ‘롤링 페이퍼’다. 누가 제대할 때마다 같은 소대 대원들이 이런 노트를 채워 줬다고 한다. 나쁜 놈이든 착한 놈이든, 고문관이든 인기병이든 관계없이 모두에게 만들어 주는 것이 그 소대의 관례였던 모양이다. 이 보석 같은 노트를 채우고 있는 몇몇 면을 소개한다.


처장님은 1981년, 제2337부대에서 제대하셨다.

아래쪽에 써 있는 ‘81. 7. 5. 20시 40分’은 저 표지를 작성한 날짜와 시간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이 면과 앞서 ‘전역을 맞이하여’라는 속표지는 당시 그림을 잘 그리던 한 병사가 쓴 거라고 한다. 이 사람은 이 롤링페이퍼를 책임졌다. 면마다 파스텔이며 색연필, 색볼펜으로 다 그림을 그려 넣어 꾸미고 사람들에게 돌려 하고 싶은 말을 쓰게 했다. 아무도 글을 써 넣지 않은 빈 페이지가 있으면 시구 같은 것을 하나씩 적어 넣은, 가슴 따뜻한 사람.


시 같다. 실제로 처장님은 겨울에 입대해 여름에 전역하셨다.

그걸 이 사람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과 ‘소낙비가 주룩주룩 내’린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감성은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것이다.

그림은 앞서 말한 그림 잘 그리는 병사의 작품이다. 그는 이렇게 글씨 몇 자를 적은 면마다 그림을 그려 넣어 예쁘게 꾸몄다.


뭔가 사연이 있는 지면 같은데.

처장님의 아버지께서 귀여워하신 분인가 보다. 제자였을지도.


군인의 낭만은 이런 건가 보다.

꿀맛 같던 국수, 더블 백 메고 앉았다 일어났다 했던 기억, 이 둘로 군 생활 모두를 압축할 수 있는 그런 것.


이 분은 처장님이 ‘빨리 나가는’ 게 부러우셨나 보다.

처장님은 당시 드물던 ‘대학생’이었던 데다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하셔서 복무 기간이 몇 달 짧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 문학작품 뺨치는 같은 글들을 남긴 이들 상당수가 고등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이었다는 것. 요즘은 석박사도 이렇게 못 쓸 것 같다.


세대가 세대인지라 한자가 종종 보인다.

심지어 이 분은 고어(古語)까지 쓰셨다.(표기가 틀리긴 했지만)


빵터진 글 #1.

자세히 쓰면 남에게 탄로 난다며 “어쩌고 저쩌고”, “어떠어떠 했다드라” 라고 만 해학, 이런 건 요즘 없는 표현이다.


빵터진 글 #2.

좋은 여자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되, 꼭 방위로 제대시키란다. 요즘으로 치면 ‘공익이 최고’라고 해야 하나. 군 기피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가 보다.


그림 담당 병사의 재주가 정말 보통이 아니다.


처장님의 바둑 실력이 부러웠던 분인가 보다.

바둑보다 운동이 좋다는 상남자.


이분도 시 한 수 쓰셨다.

색상 이미지를 활용했다. 세상이 검푸를지라도 푸르게 살란다.


명필 등장.

그런데 웬 여성헌장을 쓰셨을까?


이건 왠지 윤동주나 김동명의 시들을 연상케 한다.


처장님의 별명은 ‘홍바둑’, ‘홍가라스’였다고 한다.

이걸 쓰신 분은 아마 후임인가 보다, 별명은 ‘걸레’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진한 여운이 남는 글.


앞의 ‘걸레’의 영향을 받은 건지, 이분도 자기 별명을 끝에 덧붙이셨다.

‘엿장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래 이불 덮고 조그만 꼬마전구 켜고 쓰는 롤링페이퍼에도

이렇게 색색 펜 장식을 하는 정성.


빵터짐 #3.

“뭔 말인지 알아 보겄냐?”ㅋㅋㅋ 아이고 조근호 아저씨ㅋㅋㅋㅋ


지면이 너무 많았는데 사람이 모자랐나 보다.

그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림만도 참 좋다.


즉석에서 지은 시인가 보다.

음... 그런데 주제를 모르겠네.


처장님은 호남 출신이시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전라도 사투리로 써 준 대원들이 많다. “허기사 인자 끝났냐.”


캠퍼스를 언급한 이분은 대학 재학생이셨다고.

내년 축제 때 누가 더 예쁜 여학생을 파트너로 데려오는지 내기하잔다.


그 파트너가 될 여학생인가?


맨 뒤쪽에는

처장님께서 손수 군대일기 중 주요 내용을 추려 적으신 것들이 양쪽 면으로 빼곡하다. 지금도 엄청난 메모 습관을 자랑하시는 분이심을 감안해 추측해 보건대, 군대일기 전체를 적은 공책은 분량이 상당할 것이다.


1981년 이기자 부대로의 시간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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