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운치 있는 한옥을 여유롭게 즐기며 구한말 선비처럼 느긋함을 느끼고 올 거라는 결심과 달리, 어디에서든 한 시간 이상씩 줄을 서야 하고 힘들고 사람에 치이며 다리 아팠던 여행이 됐다. 그래도 먹방은 제대로 찍고 온 것 같다. 여행은 역시 먹방이 핵심이라 했던가.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 왔다. 무려 380장. 나름의 소득은 있네요.
친절한 안내문.
전주에는 완판본 문화관이 있다. 완판본이란 조선 후기에 전주에서 인쇄, 발행하던 판본을 말한다. 소설이 인기가 좋았다. 서울에서 찍어낸 판본은 경판본이라고 했다. 완판본 문화관에서 나눠준 행운(?)의 종이 두루마리 쪽지에는 논어의 한 구절이 써 있었다.
누가 한옥 마을 아니랄까 봐, 어쨌든 여길 봐도 저길 봐도 한옥은 많다. 다만 느리게 즐길 여유가 모자랄 뿐이다.
전주에는 모주(母酒)라는 독특한 술을 판다. 여기저기서 파는데 도수가 낮아 마시기 쉬울 것 같지만 독특한 향이 있어 취향이 갈린다. 이건 모주 파는 집에 있던 예쁜 바람개비이다. 바람 불면 꽃잎이 또르르르르 돌아간다.
‘모정 꽈배기’라는, 옛날식 꽈배기를 파는 집도 있다. 구워져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왠지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 만 원어치나 사 왔는데, 오는 길에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기 시작하더니 집에 와서 하루만에 다 먹어 치웠다.
정말 생전 처음 보는 음식도 있었다. 바로 크림치즈 호떡.정말 신세계다. 슈크림 붕어빵을 처음 먹어 봤을 때보다 감동적이었다. 서울에도 파는 집이 있으면 좋을 텐데.
기대와 달리 그저 그랬던 빙수집 ‘외할머니솜씨’의 흑임자 빙수. 검은깨를 갈아 빙수를 만들면 누가 만들어도 이 정도 맛은 날 것 같다. 물론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나는 간이 세지 않고 밍숭맹숭하면서도 깊은 음식을 좋아하는데, 삼백집 콩나물 국밥이 딱 그런 맛이었다. 예전에는 하루에 삼백 그릇만 팔았기 때문에 이런 상호를 붙였다는데, 요즘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도 종종 보인다. 이렇게 전부 대량화, 대기업화되면 안 되는데...
전주 관광지의 대표적인 시장인 남부시장에서 피순대를 샀다. 안에서 먹으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포장했다.
피순대를 먹기 위해 마트에 들러 사케 한 팩이랑 간식거리들을 샀다. 이대로 저녁 식사 준비 끝.(사실 피순대는 손도 안 댔다, 도저히 못 먹겠더라. 연약한 유리 비위)
마트에서 만난 앵무새. 아고 귀여웡.
전주 시민들이 가는 진짜배기 맛집은 한옥마을에 없다고 풍문으로 들었다. 그래서 시청 주변으로 조금 멀리 나와서 떡갈비 집을 찾았다. 하지만 비싸기만 하고 맛이나 서비스는 그냥 그렇다. 대체 진짜 맛집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전주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을 하나만 고르라면 주저하지 않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베테랑 칼국수에 한 표 던진다. 면은 칼국수 면이지만 위에 각종 가루류가 잔뜩 뿌려져 있어서 먹어본 적 없는 그런 맛을 낸다. 꼭 드세요, 두 번 드세요.(다만 이 집은 쫄면이랑 만두가 맛이 없다.)이 칼국수 가게에서 만난 옆 테이블 ㅡ할머니로 진화 중이신ㅡ 아주머니는 이 집에 여고 시절부터 다니셨다고.
두 번째로 맛있었던 건 ‘길거리야’에서 팔던 바게트 버거. 바게트를 반으로 뚝 자르고 속을 파낸 다음 그 속에 토마토 소스와 각종 야채, 고리를 볶아 넣은 것이다. 청양고추를 넣었는지 매콤달콤하다. 꿀맛이다.
소품 가게, 기념품 가게도 종종 눈에 띄는데 턱없이 비싸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래도 제일 많은 건 역시 한옥. 그놈의 한옥. 평생 볼 한옥 다 본 것 같다.
전동성당에도 사람들이 참 많은데, 그것도 모자라 시간대를 잘못 맞춘 탓에 역광이 비쳐서 사진이 예쁘지 않다.
경기전에도 들렀다.
어딜 가나 사람이 이렇게 많다. 외국인도 어린이도 엄청 많다. 말 그대로 사람에 치여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일요일 오후의 롯데월드도 이렇진 않을 것 같다.
먹은 게 너무 많아서 배가 항상 볼록하게 나와 있었지만, 절반은 맛있고 절반은 그저 그랬던 것 같다.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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