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일에 너무 치이고 몸도 좋지 않다. 그래서 올 추석은 집에서 쉬기로 했다.
식구들이 모두 친가로, 외가로 떠나고 혼자 이틀 동안 약 먹고 잠 자고 약 먹고 잠 자고를 반복하다가 몸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혼자 명절 기분 내기 시작.
냉장고를 뒤져 보니 느타리 버섯 한 줌이 남아 있다. 딱 한 줌. 그래서 잘게잘게 찢었다.
달걀 두 개 풀고
소금 두 꼬집 넣어서
잘 풀어 준다. 혼자 먹을 거니까 체에 거르진 않는다.
부드럽게 푼 달걀물을 찢어둔 버섯에 붓고
뒤적뒤적 잘 섞는다.
달걀물이 살짝 모자라는데, 계란 한 개 더 깨긴 애매하다. 그래서 물 조금 넣었다.
초미니 사이즈 프라이팬에 기름 넉넉하게 두르고
조금씩 버섯뭉탱이 올린다.
흩어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잘 모아 줘야 한다.
계란 풀었던 그릇은 바로 바로 씻어 두기.
그래야 설거지가 쌓이지 않는다.
조금씩 익어 가면 옆으로 밀어 놓고 반죽 계속 더 올린다.
중약불에 천천히, 인내심 갖고 노릇노릇 부쳐야 한다.
기름도 시간도 넉넉하게.
노릇하니 한 면이 다 익으면 뒤집는다. 너무 빨리 뒤집으면 모양이 흐트러진다.
익어라... 언니 배고프다...
거의 다 돼 간다.
한 접시 완성. 갤럭시 S7의 '음식' 모드 촬영 죽이네. 완전 샛노랗게 나오는군.
맛나겠다.
부치면서 많이 집어 먹긴 했지만, 버섯 한 줌 얼마 안 되는구나.
엄마가 집에 있는 동안 먹으라고 재워 두고 간 불고기에 생표고 두 송이 가위로 잘라 넣어 볶고
엊그제 담근 겉절이 곁들이면 꿀맛이다.
진짜 맛나네.
고춧가루는 시골에서 보내온 거다.
고기는 진리입니다.
그래도 막 부쳐낸 버섯전을 이길 수는 없지.
한 끼 잘 먹었다. 송편도 없고 친지도 없지만 왠지 추석 느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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