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시즌 스페인 국왕컵(Copa Del Rey) 현장 응원기(?)를 이제야 올려 본다. 월드컵 보다가 갑자기 생각났는데, 이걸 왜 포스팅을 안 했지 싶다.
원래 이날 밤에는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만 하는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에 가서 분수쇼를 보려고 했다. 카탈루냐 미술관에서 보면 잘 보인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고, 밤 9시부터 1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한다고 해서 해질 때 부랴부랴 열심히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종일 길거리에 유니폼러들이 넘쳐나더니, 지하철 타고 보니 온통 유니폼 투성이다....?
이날 국왕컵 결승전이 있다는 건 알고는 있었던 터라 다들 경기장 가나보다 했다.
근데 이상하다.... 왜 얘들이 계속 우리랑 같은 경로로 가는 거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자기들은 빌바오 아틀레틱 클럽 팬이고 경기장은 못 가지만 따로 응원하러 간다고....!!
"어디로 가는데?" 하니까 우리가 분수쇼 보러 가는 바로 그곳으로 간다는 거다ㅋㅋㅋ
뭐야, 그럼 오늘 분수쇼는 없냐니까 그깟 분수쇼가 중요하냐는 등 얼탱 없는 표정으로 바라본다ㅋㅋㅋㅋㅋ
그럼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응원하러 간다.
지하철역 내려서 그냥 사람들 따라갔다.
이 아래 사진에서 왼쪽 머리 허옇게 센 할부지가 입은 게 FC바르셀로나 유니폼이고, 빨간 줄무늬 유니폼러들은 빌바오 팬들이다.
응원팀마다 응원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고 한다. 요기는 빌바오의 응원소다. 여기서 바로셀로나 유니폼 입으면 대역죄인 됨. 그래도 꿋꿋이 입고 있는 극소수들이 있었다.
그런데 왜 바르셀로나에 빌바오 팬들이 이렇게 많은 거지... 대도시로 다들 돈 벌러 온 건가? 아니면 출신이랑 팬심은 별개인가. 참고로 빌바오는 최북부에 있는 소도시다.
분수 지난다...
원래는 이 분수에서 하는 매직 분수쇼를 보려고 했었지.
나름대로 분수가 가동되고 있긴 하다.
음료며 맥주며 간식이며 이것저것 팔러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헐..... 사람 보소.
여기가 바로 스페인의 광화문이로구나......
이런 스크린이 세 개나 있고, 다 사람이 꽉꽉 차서 도저히 못 들어간다.
수많은 스페인 오빠들이(오빠가 아닐지도) '너네 어디서 왔어? 어디 팬이야?' 하고 물을 때마다 '당근 빌바오지!' 하니까 좋다고 계속 같이 사진 찍고 난리 났다. 미안해, 난 실은 레알 팬이야...
전반 20분도 안 됐는데 메시가 한 골 넣었다.
화면 속 바르셀로나 팬들은 열광모드 그 자체지만
여긴 초상집이 따로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 욕하고 난리 남.
생각보다 으리으리하고 어마어마했다.
밤 되니 분수도 더 예뻐진다. 매직 분수쇼 못 봐서 아쉬움...
어떻게든 스크린 앞으로 가려고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
도저히 여길 뚫고 가운데까지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이날 경기는 네이마르의 추가골과 메시의 추가골로 3:1로 마무리됐고, 국왕컵 우승은 바르셀로나가 가져갔다.
이 인파 속에는 사실 소매치기들도 엄청나게 숨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나는 당했다. 그런데 휴지를 훔쳐갔다.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수아레즈!! 수아레즈!!' 막 이러면서 방방 뛰기에 깜놀했는데, 그 사이에 가방 열고 휴지 훔쳐감... 휴지밖에 못 줘서 미안해...
수아레즈 말고 피케를 외쳐줬으면 행복해서 당했을지도...?
이런 밤이 또 다시 오려는지.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스페인 여행 이후에도 수도 없이 해외에 나갔지만, 스페인 만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여러분, 스페인을 가세요. 가서 투우도 보고 축구도 보고 페리아도 보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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