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간추린 스페인 건축사

사실 순례길 여행이 아닌 이상 스페인 여행은 곧 역사 여행이자 건축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중세 이전부터 가우디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이룩된 스페인 건축물들은 가는 도시마다 꼭 들러야 할 곳들이고, 건축물 없이는 스페인 관광이 단 하루도 완성되지 못할 정도다. 간단하게 정리한 스페인의 건축 양식들을 공유한다.

스페인에서 만나는 건축 양식

고대~이베리아족과 켈트족의 건축

석기 시대 고인돌, 발레아레스 제도의 청동기 시대 건축 양식, 갈리시아 지방의 켈트족 거주지(길이 3.5~5m의 원형 가옥, 목재 기둥과 석재) 등.

스페인의 고인돌

켈트족의 집터

로마 시대 건축

대규모 도시화, 구역화된 건축이 특징. 유희 목적의 극장( 로마 극장, 원형 극장, 서커스 극장), 다리, 수도원, 탑, 장례 기념물(무덤) 등 다양한 건축이 이루어짐.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알칸다라 다리

메리다의 로마 극장

서고트족(게르만)의 건축

수수하고 장식이 적어 당시의 경제 사정을 반영함. 말발굽 아치 모양의 문이 특징이고 벽면은 벽돌과 마제석기로 보강하고 지붕은 물고기 뼈 모양.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단단한 외벽이 게르만의 특성을 보여줌.

이슬람 지배기의 건축

무어인들은 코르도바를로 수도 왕국을 세운 후 전통 이슬람 양식, 다마스쿠스 양식, 말발굽 아치 등 지역적 양식(=서고트족의 양식) 등을 결합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① 칼리프 양식을 만듦. 코르도바의 메스키타가 대표적. 무어인 왕국이 흩어진 후에는 그라나다 나스리드 왕국 등이 세워지는데, 이때의 건축 양식이 이슬람 건축 중 가장 뛰어남. 알람브라 궁정과 헤네랄리페가 대표적.

코르도바의 메스키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알함브라) 궁전

무데하르 양식의 성립

이슬람이 지배하는 동안 기독교인들은 도망쳐 나와 서고트족의 건축 기술과 칼리프 양식을 결합한 ② 모사라베 양식을 만듦(말발굽 아치보다 더 좁은 아치, 아치문을 두른 장식, 달걀 모양의 둥근 천장, 단순한 기둥, 등끼리 맞대는 기둥의 석주).

모사라베 양식의 대표격인 산미구엘 데 에스칼라다 수도원

12세기 이후 다시 기독교가 득세하자 기독교인들의 지배하에 있는 무어인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건축양식에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을 결합한 ③ 무데하르 양식을 개발. 벽돌을 많이 쓰고 석고 세공과 타일로 장식을 마무리한 것이 특징. 개별 특징은 어떤 기능을 가진 건물이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무데하르-로마네스크 양식, 무데하르-고딕, 무데하르-르네상스 등으로 부름.

아라곤의 무데하르 건축(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전형적인 무데하르 양식을 보여주는 세비야 알카사르

위의 ① 칼리프 양식, ② 모사라베 양식, ③ 무데하르 양식은 스페인에만 있는 것들임.

10~13세기 로마네스크 양식

10~11세기부터 발달. 초기에는 조각이 거의 없고 벽이 두꺼웠으며, 12세기 하카 대성당에 이르면 세로줄로 된 체스판과 같은 형상(taqueado jaqués)을 특징으로 함. 기독교 왕국 세력이 남부로 확장하면서 퍼지고 양식도 다양해지는데, 무어인의 건축 양식을 반영하고 13세기에는 고딕 양식과 섞이게 됨.

전형적인 무데하르 양식을 보여주는 세비야 알카사르

12세기 고딕 양식

유럽 전반에 고딕 양식이 나타남. 높은 건물이 특징으로 부르고스 대성당, 레온 대성당, 톨레도 대성당, 그라나다의 왕실예배당 등이 대표적. 무데하르 양식과 섞이면서 세부 형태가 다양해짐.

그라나다 왕실예배당

톨레도 대성당

15~16세기 르네상스 양식 : 플라테레스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양식이 스페인의 지역적인 특성에 맞춰 변모한 것이라 할 수 있음. ‘플라테레스코’란 은이라는 말에서 나온 용어로, 세공업자들이 주축이 된 건축이 많았음. 즉 정면을 세공 장식으로 과하게 장식한 경우가 많고 건물에 고전적인 건축의 순서나 촛대 등을 새기기도 함. 그라나다의 카를 5세 궁전이 대표적.

그라나다 알람브라의 카를 5세 궁

16~17세기 바로크 양식

이탈리아의 바로크 양식이 건너와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발달. 전통적인 벽돌 건축 기법과 에레라 기법 사용. 확립기 작품은 간소하지만 변형양식은 장식이 많음.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과 세비야의 살바도르 성당이 대표적.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

세비야의 살바도르 성당

17~19세기 식민지

멕시코, 키토, 리마, 파스 등에 스페인 양식과 원주민 양식을 절충한 식민지 건축 양식을 만듦. 스페인 본토에서는 18세기에 고전주의양식으로 회귀한 신고전주의가 있다가 19세기에는 건축 양식이 정체기에 들어감.

멕시코시티의 카테드랄(대성당)

현대

기능적인 면에 중점을 둔 새로운 건축술이 등장하여 라인이 단순해지고 유리나 철강, 콘크리트, 쇠와 같은 새로운 자재가 사용돼 예술성보다 실용성에 중점 둠. 가우디가 대표적.

가우디의 구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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