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대문학테마 URL 복사

현대문학 테마 46. 이용악

2014. 7. 17. by 솜글

이용악의 생애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편파월(片破月) 이용악(李庸岳, 1914~?)은 함경북도의 두만강 근처에서 태어난다. 그는 어릴 때 소금 밀매업을 하던 아버지를 여의고 극심한 가난 속에 자라 고학으로 경성고보를 졸업하고, 1934(21) 일본으로 건너가 조치 대학 신문학과에 입학했다.

궁핍에 시달리며 유학 생활을 하던 이용악은 1935(22) <패배자의 소원>을 통해 문단에 나온다. 같은 해에 동인지 «이인(二人을 내고, «신인문학» 등에 시 <애고 귀언>, <무숙자>, <너는 왜 울고 있느냐>, <임금원의 오후>, <벌레 소리>, <북국의 가을>, <오정의 시>를 냈다. 이어 이듬해인 1936(23)에는 <다방>, <오월> 등을 발표하였다.

사진 출처 : 크리에이터링크 Fine of arts(http://fineofarts.creatorlink.net/forum/view/132616)

«분수령» · «낡은 집»

이용악은 1937(24)에 시집 «분수령», 1938(25)에는 «낡은 집»을 잇달아 내놓으며 역량을 과시한다.

등단작 <패배자의 소원> 등의 초기 시에서 이용악은 모더니즘의 색채를 짙게 드러내는 한편 한문 투의 관념어와 기교를 남발하기도 했는데, 이와 같은 약점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분수령»에는 이전에 발표했던 초기작들을 한 편도 싣지 않았다. «분수령»에는 <북쪽>, <나를 만나거던>,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항구>, <국경> 등의 20편이 실려 있는데, 이용악은 이 시집에서 개인사에 얽힌 생생한 체험들을 서정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그려내어 우리 민족의 설움을 증폭시킨다.

두 번째 시집 «낡은 집» 역시 전에 발표한 적 없는 새로운 시로 채워졌다. <검은 구름이 모혀든다>, <>, <연못> 15편의 작품을 모아 놓았는데, 서문에서 이용악은 새롭지 못한 느낌과 녹쓸은 말로서 조고마한 책을 엮었으니 이 책을 낡은 집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 시집에서 이용악은 토속적이면서도 섬세한 언어, 그리고 밀도 있는 서사적 짜임새를 통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식민지인의 고통을 성숙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낡은 집»에서는 «분수령»에서도 드문드문 보이던 관념어가 거의 사라진다.

일제 말기

1939(26)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인문평론»에서 근무하며 <오랑캐꽃>, <두메산골>, <강가> 등을 발표한다. 이어 1940(27)에는 <등을 동그리고>, <술에 잠긴 센트헤레나>, <해가 솟으면>, <어둠에 젖어>, <뒷길로 가자>, <전라도 가시내> 등을 발표하였다.

이후에도 이용악은 1941(28) <벌판을 가는 것>, <노래 끝나면>, <>, <> 등을 꾸준히 발표한다. 이 시편들을 엮어 시집을 내려고 했지만 이듬해에 수감되면서 원고를 모조리 빼앗겨 계획이 무산된다. 얼마 후 출감한 그는 고향으로 가서 해방이 될 때까지 시를 쓰지 않았다.

해방 이후 - «오랑캐꽃» · «이용악집»

해방이 되자 이용악은 상경하여 1946(33)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하는데, 이때부터 좌익 활동에 앞장선다. 창작에도 다시 나서 <오월에의 노래>, <노한 눈들>, <나라에 슬픔 잇슬 때> 등을 발표하고, 이듬해에는 일제 말기 이래의 발표작과 미발표작 <항구에서>, <슬픈 사람들끼리> 등을 묶은 시집 «오랑캐꽃»을 출간하였다.

그리고 1948(35) <하늘만 곱구나>, <빗발 속에서>, 1949(36) <우리의 거리>, <>, <벨로우니카에게> 등을 묶어 네 번째 시집 «이용악집»을 출간하였다. «이용악집»에서는 <소원>, <38도선> 등 해방의 감격과 계급주의 사상을 직설적으로 토로한 시들을 담아 확실히 시 성향이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이용악은 1949(36) 미군정에 잠시 구금되었다가 6 · 25 때 풀려나 월북하였다. 북녘에서 그는 과격한 인민시 <나의 기관구>, <평남 관개 시초> 등을 발표하고, 고시가를 번역한 «역대 악부 시가»를 펴내기도 하였다.

이용악 시의 특징

이용악은 일제 강점기에 대규모로 발생했던 국내외 유이민의 비극적 삶을 깊이 통찰하고, 이를 빼어난 시적 감수성과 튼튼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작품화한 시인이다. 반공 이데올로기에 막혀 40년이 넘게 논의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월북 작가들에 대한 해금 조치가 단행된 이후에야 비로소 1930, 1940년대 우리 시문학사의 빈약한 공간 속에 우뚝 자리 잡게 된 위대한 민족 시인의 한 사람이다.

이용악은 <패배자의 소원>, <무숙자> 등의 초기 시에서 모더니즘 색채를 진하게 드러내며, 한문 투의 관념어와 기교를 남발한다. 그러한 과거의 시를 청산할 것을 다짐하며 신작시로 채운 첫 번째 시집 «분수령»에서는 개인 체험을 서정적으로 그려내 민족의 설움을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시집인 «낡은 집»에서는 토속적인 언어를 서사적으로 엮었으며, 이전까지 보이던 관념어를 거의 청산한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준다.

해방 후에는 좌익적인 경향을 보이는데, 이 시기 시집으로는 «오랑캐꽃»«이용악집»을 들 수 있다. «오랑캐꽃»에서는 아직 서정적 감동을 체험적으로 보여 주지만, «이용악집»에서는 계급 사상에 젖은 직설적 어조가 주를 이루어 확연한 전향을 드러낸다.

이용악의 시

«분수령»의 시

<북쪽>

<북쪽>고향 상실감에 대한 독특한 시적 정서가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패배주의와 절망의 몸짓만이 두드러진 박용철의 고향’(1931)과도 다르고, 개인의 회고적 서정에 머무르고 만 정지용의 고향’(1932)과도 차별되는 특유의 시적 정조가 단 6행 속에 명료하게 새겨져 있다. 그러므로 그의 고향은 단순한 향수 대상이 아닌, 현실 상황을 총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 고통 받는 현실적 삶과 역사의 시적 등가물로 치환되어 있는 고향이다.

이 시는 화자의 내면 감정을 표백하는 독백의 성격을 지닌다. 화자는 지금 자신의 고향이 위치한 북쪽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겨 있다. 시름에 찬 화자의 내면은 마지막 구절인 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 마음은 눈감을 줄 모른다로 명징하게 제시되어 있으며, ‘머언 산맥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 다시 풀릴 때라는 묘사적 표현은 화자의 고향인 북쪽의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암시하는 동시에 화자의 근심어린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북쪽을 향하여 시름에 찬 화자의 내면을 서정적으로 형상화시키는 가운데, ‘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라는 객관적 서술이 2행에 삽입되어 있다. 이 구절은 북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화자로 하여금 시름을 겪게 하고 있는 동인(動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가 어떤 구체적인 사건을 제시할 때 화자의 주관을 배제시킨 채 객관적인 서술로 표출하게 되면, 보편성과 객관성을 획득하게 된다. 물론 그 구체적인 사건이란 다름 아닌 당대의 사회 · 역사적 상황, 즉 일제하의 우리 민중들이 겪는 고난과 수탈의 비극적 상황을 함축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시는 고향을 그리는 주관적 표출과 함께, 그 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비극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표현 방법을 배합하여 개인의 주관적 서정을 보편성과 객관성을 지닌 사회적 차원의 정서로 확산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북쪽>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여인(女人)이 팔려간 나라/ 머언 산맥(山脈)에 바람이 얼어붙을 때/ 다시 풀릴 때/ 시름 많은 북쪽 하늘에/ 마음은 눈감을 줄 모른다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러시아를 넘나들며 상인으로 삶을 꾸려가던 한 조선인 아버지의 최후를 통해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유랑하는 민중의 비참한 삶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이용악 자신의 체험을 어느 정도 객관화시켜 북방 지역에 삶의 근거를 둔 어느 유랑 조선인의 허망한 죽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용악의 시가 대부분 그러한 비극적 삶의 체험 세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그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도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 시의 핵심은 아버지가 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아라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에 있다. 화자는 1연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따른 비참한 심정을 서정적으로 표출한 데 이어, 2연에서는 아버지의 과거 삶과 아버지의 주검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정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술은 화자 개인의 가족사적 비극 체험을 지나 당대 조선 민중의 비극적 삶을 표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아버지는 당대 유이민을 대표하는 대유적 기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연은 1연의 반복으로, 소위 수미 상관의 구조로 주제를 강조하는 동시에 안정감을 부여시키고 있다. 여기서 풀벌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라는 표현은 때마침 집 주위에서 울고 있는 풀벌레 소리에 대한 사실적 묘사라기보다는 아버지의 죽음에서 느끼는 화자의 참담한 내면 심경을 대변해 주는 소재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최후의 밤에 가득 찬 풀벌렛소리는 화자가 통곡하는 슬픔의 강도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 시는 국경을 넘나들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다 결국은 낯선 땅에서 침상 없는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한 조선인 아버지의 임종을 통해 시베리아 유이민의 참담한 실상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풀벌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最後)의 밤은/ 풀벌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 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벌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낡은 집»의 시

<낡은 집>

국권을 상실한 민족의 처절한 현실, 사랑하는 조국을 뒤에 두고 멀리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로 떠날 수밖에 없던 유랑민들에 대한 연민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역사 인식을 새롭게 하는 작품이다. 인물, 사건, 배경 등 설화적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화자가 등장하여 사건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 그 사건이 인과 관계에 따른 구성에 의해 서술되었다는 점에서 서사시 또는 이야기 시로 볼 수 있다.

<낡은 집>은 고향 마을의 흉가(凶家)라고 꺼리는 낡은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제의 압제를 피해 고향을 뒤로 하고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로 떠돌던 수많은 유이민들의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흉가라고 꺼리는 낡은 집은 곧 우리 민족, 주로 농민들의 몰락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고, ‘항구는 식민지 수탈의 상징적 공간으로서 농민들의 피땀 어린 농산물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실려 나가던 곳이다. ‘늙은 둥글소가 일제의 수탈에 등이 휜 농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면, 시름시름 타들어가는 저릎등은 속 타는 농민의 심정을 떠올리게 한다.

<낡은 집>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래/ 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모도 모른다.//
찻길이 뇌이기 전/ 노루 멧돼지 쪽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세째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도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그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보냈다는/ 그날 밤/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한층 붉더란다.//
갓주지 이야기와/ 무서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 나의 동무는 늘 마음졸이며 자랐다./ 당나귀 몰고 간 애비 돌아오지 않는 밤./ 노랑고양이 울어 울어/ 종시 잠 이루지 못한 밤이면,/ 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한 구석에서/ 나의 동무는/ 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그가 아홉살 되던 해/ 사냥개 꿩을 쫓아다니는 겨울/ 이 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데론지 사라지고 이튿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옥만 눈 우에 떨고 있었다.//
더러는 오랑캐령 쪽으로 갔으리라고/ 더러는 아라사로 갔으리라고/ 이웃 늙은이들은/ 모두 무서운 곳을 짚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 탐스럽게 열던 살구/ 살구나무도 글거리만 남았길래/ 꽃피는 철이 와도 가도 뒤울안에/ 꿀벌 하나 날아들지 않는다.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강을 의인화하여 화자의 감정을 이입시킨 작품이다. 두만강은 우리 역사의 흐름을 지켜보고 증거해 주는 상징물로 이해된다.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나는 죄인처럼 수그리고/ 나는 코끼리처럼 말이 없다/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너의 언덕을 달리는 찻간에/ 조고마한 자랑도 자유도 없이 앉았다//
아모것두 바라볼 수 없다만/ 너의 가슴은 얼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안다/ 다른 한 줄 너의 흐름이 쉬지 않고/ 바다로 가야 할 곳으로 흘러 내리고 있음을.//
지금/ 차는 차대로 달리고/ 바람이 이리처럼 날뛰는 강건너 벌판엔/ 나의 젊은 넋이/ 무엇인가 기대리는 듯 얼어붙은 듯 섰으니/ 욕된 운명은 밤 우에 밤을 마련할 뿐.//
잠들지 말라 우리의 강아/ 오늘 밤도/ 너의 가슴을 밟는 뭇 슬픔이 목마르고/ 얼음길을 거츨다 길은 멀다//
길이 마음의 눈을 덮어줄/ 검은 날개는 없느냐/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북간도로 간다는 강원도치와 마조앉은/ 나는 울 줄 몰라 외롭다

«오랑캐꽃»의 시

<오랑캐꽃>

이용악의 고향은 함북 경성이다. 옛날 이곳에는 국가의 통치권 밖에서 살아가던 여진족의 한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몇 백 년 동안 대대로 평화롭게 살다가 고려 때 윤관(尹瓘)의 여진 정벌로 인해 장정들은 대부분 죽고, 남은 사람들은 머리를 깎인 채 종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 후 그들은 천민 집단으로 고립되어 자기들끼리만 결혼을 하면서 여러 대를 살게 된다. 머리를 깎았다고 하여 사람들은 이들을 재가승(在家僧)이라 불렀다.

김동환의 <국경의 밤>에 등장하는 재가승 순이가 바로 그런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인데, 이용악의 <오랑캐꽃>과 함께 비교해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재가승을 통해 두 시인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채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 민족의 당대적 현실 상황을 암유(暗喩)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오랑캐꽃은 북방 오랑캐의 혈통이나 관습과는 관계없는 야생의 꽃이다. 화자는 처음에는 오랑캐와 오랑캐꽃을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의미를 역사적으로 조명하였지만, 얼마 안가서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먼 옛날 고려, 즉 우리 민족에 의하여 쫓긴 오랑캐’([여진족])의 모습이 오늘에 와서 상황이 반전된 우리 민족의 모습과 묘하게 대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는 일제의 혹독한 압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유랑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 준 시라고 하겠다.

<오랑캐꽃>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건너로 쫓겨갔단다/ 구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께/ 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전라도 가시내>

남녘 끝 전라도 여자와 북녘 끝 함경도 남자가 고향을 떠나, 남의 나라 땅이 되어 버린 간도의 주막에서 만난 상황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용악은 이 시를 통해 뿌리 뽑힌 채 떠도는 피지배 민족의 비극이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걸친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전라도 가시내>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 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골/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미더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술을 부어 남실남실 술을 따르어/ 가난한 이야기에 고이 잠거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리 천리 또 천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두 외로워서 슬퍼서 초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불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리창이 흐리더냐//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취한 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없이 새기는 보조개/ 가시내야/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줄게/ 손때 수집은 분홍댕기 휘 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맑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

«이용악집»의 시

<그리움>

1945(32) 겨울에 창작된 이 시는 이용악의 시에서는 보기 드문 연가풍의 작품이다. 이용악은 해방되자마자 서울로 가서 그 이듬해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였다. 이 시는 해방 직후 혼자 상경하여 서울에서 외롭게 생활하던 그가 처가에 두고 온 그의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북쪽에 두고 온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함박눈과 추위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으며, 잉크마저 얼어붙게 하는 모진 추위는 역설적으로 시인의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 주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움>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현대문학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문학 테마 48. 심훈  (0) 2014.07.30
현대문학 테마 47. 이효석  (0) 2014.07.29
현대문학 테마 45. 유치환  (0) 2014.07.13
현대문학 테마 44. 오장환  (0) 2014.07.09
현대문학 테마 43. 서정주  (0) 2014.07.06
옷, 패션 트렌드, 운동화, 쇼핑, 신상품, 신발, 자켓, 코트, 탈모, 모발이식, 미용, 성형수술, 구두, 부츠, 샌들, 여름 신발, 바지, 롱팬츠, 팬츠, 양말, 모자, 캡, 나이키, 아디다스, ABC 마트, 롱부츠, 첼시부츠, 티셔츠, 원피스, 정장, 수트, 가방, 귀걸이, 목걸이, 반지, 마스크, 시계, 팔찌, 패션, 백화점, 의류, 옷, 머리띠, 롱패딩, 패딩, 점퍼, 야상, 재킷, 화장품, 크림, 스킨, 아이섀도우, 아이브로우, 올리브영, 롯데닷컴, 하프클럽, 니트, 블라우스, 스커트, 치마, 주름바지, 통바지, 크롭티, 와이셔츠, 영어, 토익, 학원, 반찬, 다이어트, 도시락, 닭가슴살, 샐러드, 감자, 계란, 집밥, 요리, 고기, 소고기, 닭다리, 치킨, 아침밥, 삼겹살, 곱창, 밀키트, 선물세트, 저녁 메뉴, 볶음밥, 탕수육, 광어회, 연어회, 해산물, 냉동식품, 참치회, 잡곡밥, 아이스크림, 배스킨라빈스, 배달의 민족, 배달음식, 떡볶이, 튀김, 오징어튀김, 순대, 오뎅, 토마토, 딸기, 사과, 귤, 오렌지, 콤부차, 홍차, 레몬티, 커피, 카누,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식품 직구, 영양제, 비타민, 아이허브, 신용카드, 소액대출, 대출, 보험, 보험상담, 저축은행, 여성대출, 학자금대출, 대출계산기, 대출이자, 주부대출, 임플란트, 치아보험, 자동차 렌트, 제주도 렌트, 렌터카, 자동차, 승용차, 중고차, 자동차보험, 자동차사고, 청약주택, 청약통장, 정기예금, 적금, 주택정약, 아파트, 내집마련, 빌라, 30평대, 부동산, 소형아파트, 치아, 어금니, 송곳니, 법률상담, 모기지론, 대학 편입, 학사편입, 대학교, 웹호스팅, 클라우드, 보안솔루션, 홈페이지, 앱제작, 동영상제작, 영상편집, 기부, donate,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세계구호,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전문자격증, 자격증, 학원, 사이버대학교, 학사, 학위취득, 학점은행제, 토익, 영어, 외국어, 통역, 번역, 동시통역
[면책공고] 솜글 블로그 자료 이용 안내

이 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