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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부 URL 복사

“너희가 공부하는 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란다.”

2015. 3. 4. by 솜글

과외하던 1년 반, 학교에서 근무하던 1년과 교생 시절, 미술학원과 국어학원에서 보낸 2년, 총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선생님'으로 불려 왔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늘 현실적인 선생이었다.

지금이라도 실업계로 전학해 보면 어떻겠니?

내가 과외를 맡았던 학생 중 하나는 정말 공부를 못하는 고2 말의 말썽꾸러기였다. 이혼가정 편모슬하에서 자랐던 그 학생은 공부에 도통 소질이 없었다. 책을 읽지 않아 기본적인 국어 독해 능력이 초등학생 수준이었고, 다른 과목 역시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공부를 너무 하기 싫어한다는 점이 가장 컸다.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을 4년제 대학에 보내고 싶어 했던 학생 어머니는 끝내 공부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으셨다.
이 학생은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 또래가 대개 그렇듯, 현실의 벽은 생각지 않고 그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해서였다. 나는 진지하게, 지금이라도 실업계에 진학하고 연기 학원에서 실기 실력을 조금이라도 쌓아서 실업계 특별 전형으로 4년제 대학에 진학에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서울 소재는 어렵더라도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수도권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학생은 좋아했고, 학생 어머니는 노발대발하셨다. 결국 나는 스스로 이 과외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희망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소질이 없으니 다른 길을 알아 봐요.

내가 일했던 미술학원은 편입 미술 입시학원이었다. 편입학 입시 학원의 경우 학생들은 모두 성인이고,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또는 휴학 중이다. 대개는 학벌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편입학을 준비하고, 더러는 전공을 이제라도 바꾸려고 준비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간에 다 큰 성인이 재진학을 위에 비싼 돈을 들여 가며 시간을 쪼개 학원에 다닌다는 것은 큰 희생이 따르는 일이다. 그래서 강사로서 더 사명감이 컸다.
문제는, 정말이지 도무지 소질 없는 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이 참 많았다. 대부분 어영부영 실기시험 없이 전문대 디자인학과에 입학하고는 뒤늦게 학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편입학을 준비하는 케이스다. 이들에게 편입학이 대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기 실력도 창의력도 미적 통찰력이나 조형감도 없는 학생들은, 운 좋게 진학에 성공한다 해도 대학 내내 남들 성적이나 깔아주다가 졸업 후 그저 그런 회사에서 박봉과 밤샘 근무에 시달리고 마흔쯤 되면 퇴직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실낱 같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소질 없는 학생들에게 미술을 그만두라고 끊임없이 권유했다. 시간과 돈을 버리고 있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조언을 받아들인 몇몇 학생들은 다른 전공을 택해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원장은 내가 탐탁치 않았겠지만.

너희들이 공부를 하는 건 우선은 돈을 벌기 위해서란다.

내가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학교는 학군이 좋지 않았다. 흔한 말로 '못 사는 동네'의 공립 고등학교였다. 학생들은 대부분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 왜 자신들이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도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해 등교와 하교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수업 중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대체 공부는 왜 해야 되는 거예요?

나는 "우선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게 현실이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현금을 가진 자에게만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화해 가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국민의 모든 행위의 일차적 목적은 돈을 버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창회에 나가도 돈 잘 버는 동창이 가장 성공했다고 하지 않는가. 의대를 나와 개업해도 경영난에 허덕이면 혀를 차고, 떡볶이 포장마차를 해도 벤츠를 타고 다니면 우러러 보는 세상이 아닌가.
뒤이어 나는 공부를 해서 좋은 직업을 가진 다음 돈을 벌고, 그걸로 살 집과 입을 옷과 먹을 것을 사기 위해 공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쓰다가 남으면 경쟁에서 뒤쳐져 더 적은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누기도 하고, 언젠가 태어날 자녀가 원하는 것을 사 주며, 퇴직 후 생활비가 없어진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나의 발언은 수업 후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자주 거짓말을 한다. 당장 과외가 끊기면 내 용돈벌이가 없어질까 봐, 수강생이 줄면 학원 경영이 어려워질까 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수업 후 교감에게 불려갈까 봐. 성인인 우리들은 성인으로서 짊어질 아주 미미한 책임이 두렵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비현실적인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선생들이야 남이니까 그렇다 치는데, 부모들까지 그런다는 게 문제다. 사실 부모가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공부 잘하는 게 부모 입장에서 가장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보습학원과 학교에 보내 주고 EBS 인강 들을 컴퓨터만 한 대 사 주면 되니 얼마나 경제적이고 편한가. 갑자기 자녀가 피겨스케이팅을 하겠다느니, 하프를 연주하고 싶다느니, 유학을 가고 싶다느니 하면 정말 골치아프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월급을 보면 도저히 그 뒷바라지를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또 그렇게 시간과 돈을 들여 뒷바라지한다고 그 이상의 환원이 올 가능성은 누가 봐도 제로에 가깝다. 한 마디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녀가 공부 외의 것에 도전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부모에게 큰 위협이다. 부모들은 그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없어서 자녀에게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한다. 그렇게까지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내심 속으로는 그저 공부를 잘해서 의대에 가거나 사법고시 정도만 패스해 주길 바라지 않는가. 그러면서 아이에게는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거짓말을 한다. 잔인한 이중성이다.
그냥 자녀에게 그들이 왜 공부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말해 주어야 한다. 세상이 그저 좋고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현재 사회의 단면과 전체적 구조가 어떠한가를, 그리고 그 속에서 학생 본인과 그 학생이 속한 집단이 처해 있는 위기와 현실적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어야 한다. 그것이 학생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는 첫 단계이고, 지배층이 성인인 우리의 머릿속에 '밝은 교육'이라는 엉성한 말로 심어 놓은 헤게모니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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